본의 아니게 길어졌던 박지성(31)의 화려한 휴가는 이제 끝났다. 복귀전에서 대어를 잡아올린 박지성은 승리의 기쁨을 안고 팀의 강등을 막기 위한 피말리는 혈전에 돌입해야 한다.
사실, 3일(한국시간) 퀸스파크 레인저스(QPR)가 스탠퍼드 브리지에서 쓴 기적의 드라마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최하위 퀸스파크 레인저스(QPR)가 첼시를 꺾었고, 당초 출전이 없을 것이라 예상됐던 박지성도 경기 종료 직전 그라운드를 밟았다.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QPR의 1-0 승리. 로테이션 문제로 인해 후안 마타와 에당 아자르를 동시에 빼는 등 첼시가 방심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패배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이번 승리로 인해 QPR은 1986년 1월 리그컵 스탠퍼드 브리지 원정경기서 2-0 승리를 거둔 이후 무려 27년 만에 첼시 원정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뜻깊은 점은 또 있었다. 이날 첼시전 승리는 이적생의 힘으로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는 점이다.

수많은 선방으로 첼시의 공격을 일선에서 막아낸 줄리우 세사르, 중원에서 밀리지 않고 공격을 이끌어낸 에스테반 그라네로 등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특유의 배짱과 노련미로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교체투입된 숀 라이트-필립스의 결승골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이들의 혁혁한 공이 있었다.
'이적생 활약'의 방점을 찍은 이는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후반 45분 그라네로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뛸 수 있는 시간은 추가시간에 불과한 상황. 실제로 박지성은 단 5분 동안 뛰면서 '너무 늦은 투입'이라는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을 받았다.
오랜만에 복귀한 무대치고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5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첼시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추가시간을 허투루 보냈다가는 금세 동점에서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넘치는 5분인 셈이었다.
그리고 해리 레드냅 감독은 바로 그 5분에 박지성을 투입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수비를 강화하면서 역습을 막겠다는 의도가 짙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박지성에게 맡긴 이유도 명확하다. 끈질긴 대인마크와 수비능력은 맨유 시절부터 정평이 나있었던 박지성인만큼, 투입만으로도 상대의 반격 의지를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경기서 어떤 방식으로 기용될지는 전적으로 레드냅 감독의 결정에 달려있지만, 시즌 전환점을 돈 상황에서 여전히 유력한 강등후보인 QPR이 대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박지성의 존재가 필수불가결이다. 장기결장과 신임 감독의 부임으로 인해 위기론까지 대두됐던 박지성의 화려한 휴가는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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