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진이 한겨울 추위를 잊은 듯 맹훈련하고 있다. 더 이상 슬로스타트는 없다는 각오로 4월 시작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려 한다.
한화 투수들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비활동기간에도 빠짐없이 대전구장에 나와 몸을 만들고 있다. 당장 스프링캠프 때부터 실전 투구에 들어갈`수 있을 정도로 페이스를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간은 기초 운동으로 최소한의 몸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화 투수들은 올 겨울 확실히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0구를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라"는 김응룡 감독의 지시 때문이다. 한화 투수 최고참 박정진은 "원래 이 시기는 캐치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님께서 직접 주문하신 부분이기 때문에 캠프 가서 바로 던질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거의 모든 투수들이 김 감독의 의중을 헤아리며 몸으로 옮기고 있다.

김응룡 감독은 "모든 포지션이 문제이지만 그 중에서도 투수진이 가장 고민이다. 투수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캠프 때부터 실전 투구를 통해 페이스를 올리고,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투수진에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 만큼 옥석을 가르는 것도 시급하다. 최상의 몸 상태로 실전투구를 해야 투수진 운용 조각도 더 빨리 맞출 수 있다.
또 하나의 포석으로는 시즌 초반 투수진 슬로스타트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있다. 한화는 지난 3년간 4월 개막 한 달간 출발이 늘 힘겨웠다. 2010년 3~4월 9승18패 승률 3할3푼3리로 7위, 2011년 4월 6승16패1무 승률 2할7푼3리로 8위, 2012년 4월 5승12패 승률 2할9푼4리로 8위에 그쳤다. 2010·2012년은 최하위였고, 2011년도 시즌 중반 이후 선전에도 불구하고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
한화의 4월 부진에는 투수진이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 영향도 컸다. 2010년에는 3~4월 평균자책점이 무려 6.31로 8위였다. 2011년에도 4월 한 달간 팀 평균자책점 5.50으로 최하위에 그친 한화는 2012년 5.15로 7위였으나 고작 한 계단 오른 것이 전부였다. 컨디션이 오르지 않은 투수진 부진으로 시작된 슬로스타트는 한화가 지난 몇 년간 고전한 결정적 이유였다.
김응룡 감독도 이 같은 한화의 고질적 약점을 파악, 투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류현진·박찬호·양훈·송신영등 기존 투수들이 빠져나간 게 전부가 아니다. 시즌 초 순위권 밑으로 떨어지면 나머지 팀들의 표적이 된다. 시즌 전체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4월 한 달간 만만치 않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하고, 그 밑바탕이 바로 초반부터 강하게 던지는 투수들이다.
한화는 투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조를 나눠 순차적으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 내보낼 계획이다.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한화 투수진의 슬로스타트가 과연 2013년에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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