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이 끝난 후 몇몇 팀은 도미니카 등 중남미 윈터리그가 열리는 곳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새 외국인 투수 후보들을 살피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윈터리그 출신이 아닌 윈터미팅 시장에서 메이저리그 입성이 좌절된 선수들 가운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국행을 결정하고 있다.
2012시즌 종료 후 새 외국인 선수를 찾는 팀은 속속 새 얼굴들을 선택 중이다. 디펜딩 챔프 삼성은 브라이언 고든을 방출하고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를 새 외국인 투수로 선택했고 준우승팀인 SK 와이번스는 크리스 세든-덕 슬래튼 좌완 두 명으로 이미 인선을 마쳤으며 롯데 자이언츠도 스캇 리치몬드를 새 외국인 투수로 결정했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대나 이브랜드를 데니 바티스타의 짝으로 선택했고 신생 NC는 20대의 팔팔한 아담 윌크, 찰스 쉬렉으로 두 개의 퍼즐을 맞췄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최근 중남미 윈터리그에서 뛴 선수가 바로 로드리게스 뿐이라는 점. 세든과 슬래튼은 SK가 진상봉 운영팀장을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현장에 파견해 선택한 선수들이고 리치몬드, 이브랜드도 윈터리그 대신 윈터미팅 이전이나 그 즈음에서 보유권이 풀려 빈 손으로 있다가 각각 롯데,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디트로이트가 주목했던 유망주 윌크와 1985년생 쉬렉도 윈터리그 참가자는 아니었다. 새 외국인 선수 후보를 압축 중인 두산도 윈터리그 불참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지난 몇 년 간 각 구단은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윈터리그 현장에 스카우트들을 파견해 쓸 만한 외국인 선수들을 살펴봤다. 그러나 정작 윈터리그에서 선택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을 뿐 더러 성공 케이스도 2010년 두산에서 뛴 켈빈 히메네스(전 라쿠텐) 정도에 불과하다. 윈터리그 에이스들이던 호세 카페얀(전 한화), 에드가 곤잘레스(전 LG)는 모두 한국에서 실패하고 중도 퇴출 비운을 맛보았다.
막상 윈터리그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한국 구단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는 선수는 별로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과거 볼티모어에서 뛰던 다니엘 카브레라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러브콜이 갈 법도 했지만 너무 고액 연봉자라 ‘언터처블 피처’였다”라고 밝혔다. 한때 161km의 광속구를 던지던 거물 카브레라는 일본 주니치의 새 외국인 투수로 입단했다.

또한 한 수도권 구단 코치는 “대체로 계투 쪽에서 ‘성공하겠구나’ 싶은 선수들이 많다. 쉽게 제구되는 155km를 펑펑 던지지만 막상 에이전트들을 만나면 몸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 소속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 순수 몸값은 물론이고 바이아웃 금액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게다가 윈터리그 현장에서 팔팔한 구위를 직접 보여주는 쇼케이스와 다름없기 때문에 윈터미팅에서 빈 손이 된 선수들보다 비용이 더 들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좌완이 하나의 키워드가 된 것도 이유가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막상 윈터리그 현장에서는 한국 무대가 원하는 기교파 좌완이 별로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2009년 두산에서 뛴 바 있는 좌완 후안 세데뇨가 계투로 초반 쏠쏠한 활약을 펼쳤으나 한국 무대에서 뛰던 시절에 비해 급격한 기량 향상폭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오릭스에서 방출된 좌완 에반 맥그레인 정도가 도미니카 윈터리그 시장에서 지켜볼 만한 좌완 선발감인데 2패 평균자책점 5.97로 부진한 편이다.
또한 윈터리그 성공 케이스가 한국 무대의 성공을 보장한 것도 아니다. 2009년 말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던 카페얀은 11패만 떠안고 한국을 떠났다. 곤잘레스는 베네수엘라 윈터리그 포스트시즌까지 나가며 에이스 노릇을 했지만 그가 LG를 위해 올린 성적은 6패 평균자책점 7.68이다. 2010년 히메네스가 14승으로 두산 에이스 노릇을 했으나 이듬해 라몬 라미레즈는 오히려 윈터리그를 뛰고 어깨 근력이 떨어진 ‘데드암’ 증세로 정규리그 출장 기록 없이 퇴출되었다.
그렇다고 향후 윈터리그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끊기도 난감한 것이 사실. 한 구단 관계자는 “당장은 윈터리그 참가자들을 데려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지켜보는 유망주들이나 실력파가 많이 출장한다. 얼굴을 익혀둔 선수들 중 상당수가 ‘당장은 아니지만 이렇게 교류가 이어진다면 나중에 당신 구단으로 가겠다’라는 이야기도 하더라”라고 밝혔다. 실제로 두 명의 기존 외국인 투수와 모두 재계약을 한 구단들 중에는 윈터리그를 찾아 향후 후보군을 뽑아보며 미래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세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게 마련이다. 성공 전례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 방향을 우루루 쫓고 단물이 빠지면 또 다른 창구를 찾는 것이 모든 세상의 이치다. 윈터리그보다 윈터미팅이 대세가 된 스토브리그. 2013시즌 어느 팀이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상을 통해 활짝 웃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대나 이브랜드./한화 이글스 제공.
아담 윌크-찰스 쉬렉./NC 다이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