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첫 외국인 게스트에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통한 솔직한 대화’라는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흥미를 유발했다. 마음과 마음이 통했던 방송이었기에 우려했던 언어의 장벽 역시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할리우드 영화감독이자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돌아온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감독, 영화배우 배두나가 지난 3일 ‘무릎팍도사’를 찾았다. ‘무릎팍도사’ 사상 첫 외국인 게스트가 참여한 구성이었다. 여기에 전문 통역관과 통역 및 보조 MC 김영철이 함께 했다.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토크쇼에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외국인 게스트가 출연하는 일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 ‘무릎팍도사’는 강호동 특유의 친화력과 워쇼스키 남매의 재치 있는 입담 덕에 자막으로 표현되는 외국인 게스트의 이야기가 전혀 위화감을 주지 않았다.

물론 통역을 거치는 까닭에 대화와 대화 사이에 잠시 틈은 있었다. 그래도 중간 중간에 대화를 이끌어갔던 배두나와 김영철의 도움 덕에 언어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시종일관 농담을 곁들어가면서 자신들의 영화 인생과 한국 사랑을 털어놓는 워쇼스키 남매의 모습은 흥미로웠다. 영화 '매트릭스'의 뒷이야기나 배두나의 캐스팅 과정 역시 시청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재미 뿐만 아니라 솔직한 고백도 이어졌다. 라나 워쇼스키가 성적소수자로서 고통스러웠던 까닭에 자살까지 결심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 모습은 국경을 떠나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사실 ‘무릎팍도사’의 외국인 게스트 초대는 예상하지 못한 파격이었다. 진솔한 이야기를 터놓는 토크쇼의 특성상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은 자칫 잘못하면 지루한 구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MC 강호동이 이날 워쇼스키 남매를 ‘무릎팍도사’ 게스트로 초대한 것이 큰 실험이었고 큰 도전이었다고 말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시청률은 6.2%(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전국 기준)로 10.3%의 KBS 2TV ‘해피투게더3’에 밀리며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시청률보다 값진 ‘무릎팍도사’의 도전정신 덕에 시청자들은 색다른 만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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