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박병호(27, 넥센 히어로즈)다.
박병호는 지난해 풀타임 첫해였음에도 불구하고 홈런-타점-장타율 타격 3관왕에 오르며 정규 시즌 MVP를 비롯, 온갖 시상식에서 최고의 상을 쉽쓸었다. 연봉도 6200만원에서 2억2천만원(254.8% 인상)으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박병호는 겨우 한 해를 풀타임으로 뛰었을 뿐이다. 앞으로 뛰어야 할 시즌이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 박병호 역시 "선수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3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지난해를 넘어 꾸준히 롱런할 수 있을까.

위 문제에 있어 박병호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선수가 한 명 있다. KIA 타이거즈 김상현(33)은 지난 2009년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뒤 첫 시즌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315)을 넘기며 36홈런 127타점으로 맹활약,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김상현 역시 이적생 신분으로 리그 홈런왕에 오르며 MVP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박병호와 같은 케이스다. 그러나 김상현은 그후 줄부상으로 3년 동안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KIA 역시 그 후 우승하지 못했다. 김상현에게는 마음아픈 일이지만 박병호는 김상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박병호는 올해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견제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투수들에게 잘못 던지면 한 방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것은 올 시즌 박병호가 그동안 무리하게 승부하던 버릇을 버리고 공을 거르게 됐다는 점이다. 박병호는 올해 볼넷 2위(73개)를 기록했다.
또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박병호는 겨우 한 시즌을 소화했다. 이전까지는 1군에서 제대로 머물러본 적이 없다. 김상현 역시 2009년 한 해를 풀타임으로 뛴 뒤 부상으로 겨울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이는 계속해서 그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병호는 이에 대비해 자율 훈련을 혹독히 해두고 있다. 원래 훈련량으로는 LG 시절부터 팀에서 가장 많기로 소문났던 그다. 이번 시즌을 버틴 이유로 "LG 때부터 2군에 있더라도 체력 훈련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병호는 시상식 시즌 때도 틈틈히 운동을 하고 행사에 참가하는 등 운동을 거르지 않으며 부상, 체력 소진을 방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실전이다. 올해가 그에게는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층 심해진 투수들의 견제와 몸쪽공, 두 번째 시즌이라는 기대감과 우려 속에 그는 어떤 야구를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올해 그의 모습에 따라 그가 '반짝 타자'에 그칠지 롱런하는 꾸준한 강타자가 될지를 판가름할 수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