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외국인 이야기]‘162km’ 리즈, 잠재력 폭발로 2013시즌 지배할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1.05 06: 50

  “상대 투수 리즈의 5회까지 평균구속이 157km나 되더라. 칠 수 없다고 보고 연타를 기대하지 않았다.”
2012년 9월 19일 넥센 김성갑 감독대행은 전날 1-0 승리를 돌아보며 상대팀인 LG의 선발투수 리즈의 투구에 혀를 내둘렀다. 당시 리즈는 6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기록하며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 침묵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012시즌 리즈의 후반기는 항상 이랬다. 시즌이 종착역에 다가갈수록 리즈의 구위는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불을 뿜었다. 직구 평균구속이 150km 중반대를 형성했고 경기가 중후반에 이르자 최고구속은 더 올라갔다. 8이닝 1실점으로 완투패를 당했던 9월 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삼성 전력분석팀 스피드건에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고구속인 162km가 찍혔다. 하지만 리즈가 나올 때마다 LG 타선은 침묵했고 리즈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패배(12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리즈의 후반기 호투가 LG의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2013시즌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기엔 충분했다. 시즌 첫 3주 동안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참패를 맛보는 등 일 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음에도 탈삼진 144개로 이 부문 리그 2위에 자리했다. 후반기 들어 “드디어 투구밸런스를 찾았다. 지금 구위와 제구력을 유지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더니 실제로 리즈와 상대하는 타자들은 공포에 떨었다. 결국 LG 구단은 4일 리즈와의 재계약을 발표, 리즈는 주키치와 함께 LG 프랜차이즈 처음으로 3시즌을 뛰는 외국인선수가 됐다.
도미니카 태생의 리즈는 7명의 형제들과 함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형의 손에 이끌려 야구공을 잡았지만 정식으로 야구를 배웠을 때 리즈의 나이는 불과 16살이었다. 그럼에도 타고난 어깨로 형제 중 유일하게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 2007년 볼티모어 소속으로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리즈는 메이저리그 스타를 꿈꿨고 자신의 성공이 곧 가족과 형제들의 행복이라 믿었다. 
2013년 자신의 30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리즈의 꿈은 여전하다. 리즈는 2011년 자신의 두 번째 도전무대로 한국을 택했다. 먼 땅에서 미국에서 뛸 때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진정한 빅리그 투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겨울 LG 구단과 리즈의 협상이 길어진 것도 이러한 배경이 원인이 됐을 확률이 높다. 리즈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수술 없이 건강하게 매년 발전하고 있다. 야구공을 던질 시간은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다”며 꾸준히 최종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다.
31년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리즈 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리즈 만큼 가파르게 성장하는 투수도 없었다. 2년 전 막 한국 프로야구 마운드를 밟았을 당시의 리즈는 불안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구위만큼의 투구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투구 외에도 기본적인 땅볼타구 처리 능력도 형편없었다. 하지만 점차 몸쪽 직구 구사에 눈을 뜨고 낙차 큰 슬라이더의 컨트롤도 안정을 찾아갔다. 수비자세와 송구도 많이 유연해졌다. 2012시즌 악몽과 같았던 마무리투수 보직에서 탈출하고 후반기부터는 메이저리그 투수를 방불케 하는 투구를 펼쳤다.
리즈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리즈는 2013시즌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가 될 수 있다. LG 또한 9구단 체제로 상위 선발투수 등판이 잦아진 것에 대한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