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와 노경은이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배출한 깜짝 스타는 봉중근과 정현욱이었다. 봉중근은 4경기에서 가장 많은 17⅔이닝을 던지며 2승 평균자책점 0.51로 역투했다. 정현욱 역시 5경기 10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필승 계투조 역할을 해냈다. 봉중근은 '봉의사', 정현욱은 '국민노예'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두 투수의 활약은 당초 예상 범주에서 벗어난 깜짝 활약이었다. 봉중근은 김광현이 무너지고, 류현진이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 시점에서 왼손 에이스로 떠올랐다. 첫 국가대표 출전이었던 정현욱도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마당쇠 역할을 해냈다. 예상치 못한 활약이었기에 구세주와 같았고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2013년 제3회 WBC에서 한국은 류현진·김광현·봉중근 등 주축 투수들의 공백 속에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09년 WBC에서 투수코치로 봉중근-정현욱의 활약을 지켜본 양상문 대표팀 수석코치는 SK 좌완 박희수(30)와 두산 우완 노경은(29)을 2013년 WBC 예비 깜짝 스타로 꼽았다.
양상문 수석코치는 "이번 WBC에는 주축투수들이 많이 교체됐지만 그동안 대표팀 발탁을 기다려온 투수들이 많다. 첫 대표발탁이라는 점에서 동기부여도 기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노출 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그 중에서도 박희수와 노경은이 새로운 히든카드가 될 것이다. 확실한 주무기들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한다"고 말했다.
박희수와 노경은은 오랜 2군 생활을 거친 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늦깎이 스타들이다. 박희수는 65경기 8승1패6세이브34홀드 평균자책점 1.32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쳤다. 홀드는 역대 한 시즌 최다 신기록. 노경은도 42경기 12승6패7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맹위를 떨쳤다. 특히 선발등판한 18경기는 10승4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놀라운 수준이다.
두 투수 모두 힘 있는 속구에 확실한 주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 박희수는 체인지업 궤적으로 떨어지는 난공불락의 투심 패스트볼이 있고, 노경은은 날카로운 고속 슬라이더에 낙차 크게 떨어지는 포크볼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들과 직접적으로 맞딱드릴 기회가 없었던 외국 타자들을 상대로는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희수는 오승환(삼성) 정대현(롯데) 손승락(넥센)등과 함께 필승조를 형성한다. 몇 안 되는 왼손 투수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노경은도 일정과 상황에 따라 선발-구원을 모두 넘나들수 있는 전천후 투수로 WBC 투구수 규정에 따라 요긴하게 활용될 전망.
2012년 중간과 선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보인 박희수와 노경은이 2013년 WBC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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