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두환 부모, “누구도 아들 전철 안 밟기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05 06: 49

“봉와직염 때 많이 힘들어했어요. 아플 때 국소마취 뒤 숟가락으로 그 부위를 긁어내는 데 얼마나 힘들어했을 지”.
하늘로 먼저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픔을 이루 말 할 수 있을까. 구랍 21일 대퇴골두육종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故 이두환(전 두산-KIA)의 부모는 아들의 영면에 가슴 아파 하는 동시에 더 이상 아들처럼 유망주가 병마에 쓰러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지난 4일 두산 선수단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서현공원에서 이두환의 부친 이광남씨와 모친 성효선씨에게 자선 모금액 3000만원 가량을 전달했다. 선수단 행사를 앞장서서 이끌었던 좌완 이혜천은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선배는 물론이고 경희의료원 김영철 교수님 등 각계각층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두환이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 병상에서 일어났으면 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유골함 앞에는 국화꽃과 생전 그의 사진이 빼곡이 들어있었다. 고인의 부친은 “얼마 전에도 두환이의 친구들이 이곳을 찾았다. 아들은 떠났지만 고마운 친구들이 있어 떠나는 길은 행복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부친의 이야기에 ‘왜 생전 그를 좀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지 못했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떠나기 전 2년 간 이두환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대퇴골두육종은 원인불명인, 쉽게 말해 뼈암으로 지난해 이두환은 종양 제거를 위해 무려 8차례나 항암치료를 했고 급기야 다리 하나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2011년 이두환은 스프링캠프 중도 귀국에 이어 3월 2군 연습경기 도중 자신이 친 타구에 맞아 종아리 부위에 봉와직염 증세를 호소하며 수 달 간 치료에 열중했던 바 있다. 사람들이 주목하지 못했을 때도 이두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고생했다.
고인의 모친은 아들이 힘겨워하던 2011년을 돌아보았다. “의욕적으로 훈련하다 스프링캠프 도중에 귀국해서 스스로 의기소침하더라고요. 그래서 2군에 있던 동료들, 코칭스태프가 많이 위로해줬고. 그러다가 봉와직염 때문에 두환이가 정말 많이 고생했어요. 안타깝지만 수 달 간 두환이가 봉와직염 부위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생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고인의 부모를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제대로 된 건강검진이 이뤄졌다면 지금쯤 다시 아들이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수 있었다는 회한이었다. 야구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스타 플레이어와 그들의 행동거지를 주목하는 미디어의 집중도는 높아졌으나 대신 퓨처스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는 선수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만약 고인의 투병이 뒤늦게라도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그가 떠나는 길은 너무도 쓸쓸했을 것이다. 고인의 부모는 아들 생전과 같은 처지인 유망주들에게 스포트라이트는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선수들에게 형식화된 것이 아닌, 두루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랐다. 비단 프로야구 선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인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다시는 우리 아들과 같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두환이의 선배, 친구, 후배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고 다들 아들 같은 사람들이라. 올해 야구장을 가면 우리 두환이를 도와줬던 선수들이 정말 마음껏 뛰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요”. 외동아들을 가슴에 묻은 고인의 부모는 그 이야기와 함께 애써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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