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 하나. 팀의 호성적을 이끈 마운드의 주역이다. 공통점 둘. 각각 중간과 마무리를 대표하는 불펜투수들이다. 오승환(31, 삼성)과 박희수(30, SK)의 지금까지의 교집합은 대충 이랬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하나가 더 늘어났다. 2013년 연봉계약을 마치지 않고 해외 훈련을 떠난 것도 똑같아졌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뒷문지기들인 두 선수의 연봉협상이 다소 길어질 조짐이다. 이들은 팀과 1~2차례 만나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약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물론 협상이 쉬울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팀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개운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마음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 주역인 오승환은 지난달 중순 삼성의 5억5000만 원 제의에 고개를 저었다. 오승환의 지난해 연봉이 3억8000만 원이었으니 1억7000만 원(44.7%) 인상된 금액이었다. 지난해 기준 투수 최고 연봉(김선우)으로 구단에서는 내심 ‘이 정도면 도장을 찍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도장을 꺼내지 않았다.

지난 3일 재활훈련차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으로 떠난 박희수도 출국 전까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SK는 출국 전 연봉협상을 마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박희수를 태운 비행기는 한국을 박차고 올랐다. 박희수의 지난해 연봉은 7000만 원. 오승환처럼 절대적인 금액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인상률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당분간은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3일 출국한 박희수는 24일 곧바로 플로리다 마무리캠프에 합류한다. 전화로 협상을 끝낼 것이 아니라면 협상 실무자가 미국으로 가야 한다. 오승환도 자비를 들여 따뜻한 괌으로 떠났다. 협상과 훈련을 별개라는 스스로의 의지가 강하다. 필요하면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협상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양 구단은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잡음이 길어질수록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자니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미 협상을 마친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생각해야 한다. 잘못하면 구단의 고과 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신중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의 연봉협상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또 있다. 전체 불펜투수들의 가치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시즌 중이나 시상식 당시 상대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불펜투수들의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총대’를 멘 모양새다. 향후 불펜투수 연봉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과연 두 선수의 올해 연봉 명세서에는 어떤 금액이 찍힐까. 스토브리그 막판을 보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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