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극 ‘백년의 유산’, 막장의 유혹 피할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1.06 08: 16

출생의 비밀이 얽히고설켰던 ‘메이퀸’이 떠난 자리에 ‘백년의 유산’이 찾아왔다.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통속극이지만 향후 전개상 막장극이 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MBC 새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지난 5일 첫 방송됐다. 이 드라마는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엄팽달(신구 분)과 그의 가족들의 삶이 가장 큰 이야기꺼리다.
첫 회는 팽달의 장손녀 민채원(유진 분)이 거대한 식품회사 금룡푸드 후계자 김철규(최원영 분)와 결혼을 했다가 고달픈 시집살이에 견디다 못해 이혼을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시작됐다.

채원의 시어머니이자 금룡푸드 방회장(박원숙 분)이 지능적이고 섬뜩하게 며느리를 괴롭히는 과정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극악무도했다. 방회장은 이혼을 요구하는 채원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상상하지도 못할 패악을 저지른다.
여기에 금룡푸드의 경쟁사 팀장이자 사랑을 잃은 아픔이 있는 이세윤(이정진 분)이 살짝 등장하며 앞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고 금룡푸드에 복수할 이유가 있는 채원과 얽힐 것을 예상하게 했다.
이혼을 한 후 전 남편에게 맞서 가업을 일으키는 동시에 사랑의 상처를 보듬는 한 여성의 이야기. 또한 첫 회에서 가열 차게 쏟아냈던 ‘못된 시어머니의 구박과 이로 인한 남편의 오해’는 한국 드라마에서 숱하게 봐왔던 통속적인 소재였다.
 
사실 우리나라 통속극은 지독한 시집살이, 불륜, 출생의 비밀 등으로 대표된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명목 아래 이런 공식들이 한국 드라마를 지배했다. 
통속적인 소재들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극 속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시청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의 작위적인 전개를 보이게 되면 바로 막장극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이유가 된다.
막장 전개로 논란이 됐던 전작 ‘메이퀸’ 역시 처음에는 흥미로운 통속극이었다. '백년의 유산'이 첫 방송에서 시어머니 방회장의 포악이 사이코패스에 가까웠다고 해도 벌써부터 막장극이라고 깎아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첫 회만 봤을 때는 몰입도 높은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용납 가능한 수준이었다.
‘백년의 유산’이 전작 ‘메이퀸’처럼 욕먹으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막장극이 될 것인지, 적정선을 유지하며 현명한 통속극으로 남을 것인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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