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방울뱀 선언' 박경훈, "이젠 농익은 독 뿜겠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01.06 06: 59

더 치명적인 독을 품었다. 지난해 '원샷원킬! 방울뱀 축구'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주 유나이티드가 더 독하게 진화한다.
박경훈 감독은 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에서 가진 첫 훈련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이 아기 방울뱀이었다면 올해는 다 자라 성인이 된 '킹 방울뱀'이 될 것"이라며 "맹독을 더 뿜을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훈련에 앞서 선수들을 모아 놓고 한 말이기도 하다.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작년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박 감독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부드러운 톤이었지만 '독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방울뱀 축구는 브라질의 코브라 스타일 축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패스 위주의 축구로 볼 점유를 우세하게 이끌면서 상대를 압박해 가는 스타일을 일컫는 것이었다. 바로 제주가 추구하는 축구이기도 했다. 상대조직이 어떤 식으로든 틈을 보이게 되면 여지 없이 공간을 파고 들어 상대에 치명타를 입힌다. 높은 볼 점유 속에서 빠른 역습으로 정확한 골 결정력을 선보이려는 축구를 뜻하는 것이었다.

박 감독은 "팀 컬러에 맞춘 슬로건이 '방울뱀 축구'였다. 그러나 작년은 득점에 비해 수비 실점이 너무 많은 빈 틈이 있었다. 상위 스플릿 구단 중 실점이 가장 많다는 점도 아쉬웠다(실제로는 경남이 가장 많은 60실점을 했다. 제주는 2위에 해당하는 56실점)"고 돌아봤다.
이어 "홍정호에 마다스치마저 다쳤다. 주장 최원권까지 잔부상이 많아 수비가 한꺼번에 무너져 버렸다"고 지난 시즌 수비의 아쉬움을 돌아 본 박 감독은 "결국 성적을 내려면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면서 "그래도 대신 기용된 한용수, 오반석 등이 값진 경험을 했다는 것은 백업 라인이 튼튼해졌다는 뜻"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속에서도 신인급 선수들이 성장, "독을 좀더 안정적으로 뿜을 것"이라는 밝은 전망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공격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광주FC의 장신 스트라이커 박기동을 8억 원과 수비수 한 명을 내주면서 전격 영입을 결정했다. 여기에 아디손(28)과 페드로(26) 2명의 새로운 브라질 용병까지 데려왔다. 첫 훈련부터 합류한 상태다. 이는 기존 산토스와 자일의 공백을 대비한 포석이기도 하다. 제주는 산토스나 자일 중 한 명만 재신임할 생각이다. 아디손은 윙어면서도 쳐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생각이다. 페드로 역시 윙어지만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쓰임새를 넓힐 수 있다는 계획이다. 대구에서 이적한 골키퍼 박준혁도 이날 훈련에 참여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지지 않아야 할 경기를 내줬나 하면 무승부 경기가 너무 많았다"며 "3~4경기만 이겼어도 선두권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실제 16승 15무 13패로 6위를 차지한 제주는 시즌 초반 1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7월 중순부터 10경기 연속 무승 침체 속에 선두권에서 점점 멀어졌다. 계산 밖의 패배를 하거나 다 이긴 경기라고 봤는데 종료 직전 동점을 허용한 경우가 제법 많았다.
이어 "이기거나 져서 승부가 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오히려 무승부 경기는 팀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박 감독은 "전력적으로 큰 누수가 없다. 그런 점은 올해 긍정적인 면"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는 박 감독은 "전술적으로 좀더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 올해부터 강등이 시작되는 만큼 스스로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더욱 치명적인 맹독을 만들기 위한 제주의 담금질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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