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가 그렇게 꺾이는 것은 처음 봤다. 그냥 역회전되는 것이 아니라 순방향으로 꺾였다가 역회전 되더라”.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그러나 마무리 훈련 동안의 훈련 과정이나 구위-제구 발전상은 팀 내 기대치를 확실히 높일 만 했다. 지난해 9월 상무를 제대하고 팀에 복귀한 오현택(28), 유희관(27), 원용묵(27) 등 예비역 1년차 투수들이 확실한 1군 요원으로의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세 명의 예비역 투수들은 지난해 9월 3일 상무에서 제대해 남은 시즌을 2군에서 훈련한 뒤 미야자키 교육리그, 마무리 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오현택은 장충고-원광대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에 신고선수 입단했으며 장충고-중앙대 출신 좌완 유희관은 2009년 2차 6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청원고 출신 좌완 원용묵은 2005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9년차 투수다.

팀 내 관계자는 “군에서 제대해 복귀한 세 투수들의 성장세가 돋보였다”라고 밝혔다. 특히 오현택이 상무 2시즌 동안 새로 가다듬은 싱커의 무브먼트, 담력에서 향상점을 보여준 원용묵의 제구력을 높이 샀다.
“오현택의 싱커는 지금까지 있던 기존의 싱커와는 확연히 달랐다. 다른 투수들의 싱커가 날아오다 타자 시점에서 시계 방향으로 떨어지는 공이었다면 오현택의 싱커는 첫 움직임이 슬라이더였다가 갑자기 역회전되어 떨어지더라. 원용묵은 그동안 2스트라이크를 잡고 엇나가는 공을 던져 중용되지 못했는데 이제는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꽉 차는 공을 제대로 던졌다”.
그동안 오현택은 권명철 코치 등 코칭스태프로부터 “커브 등 변화구 구사력은 뛰어나지만 그렇게 성실한 선수는 아니었다”라며 아쉬운 평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어깨 근력이 좋은 원용묵은 입단 이후 여러 차례 투구폼을 바꾸다가 제 장점을 확실히 살리지 못했고 제구력에서 약점을 비췄던 투수들. 그러나 군 제대 후 이 단점들이 많이 보완되었다는 평이다. 원용묵은 마무리캠프에서 서동환과 함께 15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며 5선발 후보로 시험받았다.
또한 유희관의 경우는 직구 구속과 제구력이 조금씩 향상되었다는 평이다. 군 입대 전 130km 이상의 직구를 자주 던지지 못했던 유희관은 최고구속을 137~138km 가량까지 끌어올렸다. 아직도 느린 편이기는 하지만 우완에 비해 3km 가량 빠른 체감 속도를 내는 좌완이라는 점. 그리고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춘 싸움닭형 투수임을 감안하면 1군에서 선발로도 나서는 스윙맨으로서 활용도까지 기대해볼 법 하다.
물론 뚜껑은 열려야 안다. 그동안 숱한 기대를 받으면서도 정작 1군에서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라진 유망주가 스타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 명의 예비역 투수들에게 강한 마음가짐과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것이 사실. 세 투수 모두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 스물 아홉의 투수들로 유망주 꼬리표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오현택은 군 복무 중 결혼과 득남으로 가장이 되었다. 더 이상은 1군에서 족적을 남기지 못하면 팀이 기다려주지 않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투수 자원이 이전에 비해 많아진 두산이지만 주력 투수들의 부상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후위 자원을 제대로 키웠는지 여부가 강팀과 약팀을 결정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원 소속팀으로 복귀한 20대 후반의 세 예비역 투수들. 그들은 두산을 어떤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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