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이룬 건 같은 류현진(26)에게도 '한(恨)'은 있었다. 바로 '우승'이었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은 지난 5일 친정팀 한화가 개최한 메이저리그 진출 기념 환송행사를 통해 국내에서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지난 2006년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후 7년간 한화와 국가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의 각오와 포부도 드러냈다. 류현진은 눈물 대신해 웃음으로 한화와 잠시 작별을 고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유일한 아쉬움이 있으니 바로 우승의 한이었다. 류현진은 행사 말미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한민국의 에이스로서 이룰 건 거의 다 이룬 그이지만, 끝내 한화를 우승으로 이끌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에 마음 한구석의 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류현진이 고졸 신인으로 갓 입단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화는 강팀이었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였던 2006년 한국시리즈 무대에 선발등판하는 영광을 누렸다. 비록 디펜딩 챔피언 삼성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신인 자격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린 류현진에게 큰 경험과 자산이 됐다.
2007년에도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3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부터 시작된 한화의 추락과 침체는 생각보다 오래 갔다. 류현진은 팔이 빠져라 던졌지만 야구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다. 최근 4년 사이 3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며 깊은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 떠나게 된 류현진은 이 부분이 못내 마음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른 뒤 한화에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꼭 한국시리즈 진출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0년 후에는 한화로 돌아와 던지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때까지 한화가 얼마나 강한 팀이 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한화의 우승은 기약할수 없지만 류현진의 우승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 류현진이 몸담게 될 다저스는 1988년 이후 지난해까지 24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구단주 교체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대대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당장 올 시즌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 그리고 류현진까지 선발 요원만 최대 8명이 되는 두터운 마운드와 맷 켐프, 애드리언 곤잘레스, 안드레 이디어, 핸리 라미레즈, 칼 크로포드 등 강타자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역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팀 연봉 최고액을 기록할 정도의 호화 라인업으로 '서부의 뉴욕 양키스'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러나 같은 지구의 디펜딩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워싱턴 내셔널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신시내티 레즈 등 내셔널리그부터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여기에 다저스는 투자를 한 만큼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류현진이 선발진에서 한 몫을 해야만 다저스의 우승 도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과연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우승의 한이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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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