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롯데 자이언츠 연봉협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예비 FA 강민호(28)의 몸값 책정이다. 포수난에 허덕이는 프로야구 판에서 강민호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FA 자격을 얻는다.
프로통산 타율 2할7푼5리 114홈런 455타점을 기록중인 강민호는 공격에서 중심타선을 맡겨도 될 정도의 공격력을 갖춘 데다가 주전으로 도약한 2005년 이후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 해 100경기 이상 출장, 체력적인 면까지 보장된 선수다. 확고한 주전포수가 있는 두산이나 SK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구단이 강민호를 탐낸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강민호의 연봉은 이번 연봉협상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있었다. 2012년 강민호의 연봉은 3억원. FA 선수를 제외하고 팀 내에서 최고 연봉자였지만 2012년 성적만 놓고 봐도 인상요인이 충분하다. 여기에 내년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게 되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다. 올해 과열된 FA 시장 양상을 봤을 때 강민호는 역대 최고액 FA 계약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복수의 구단이 강민호를 노리는 가운데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를 반드시 붙잡겠다는 각오다.

롯데가 강민호의 FA 이적방지를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은 연봉 대폭인상이 있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 선수 연봉 200% ~ 300%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따로 프리미엄을 줄 생각이 없다. 정해진 연봉고과에 맞춰 강민호와 계약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FA를 앞둔 선수를 대상으로 대폭 연봉인상은 비일비재하게 있다.
2013년으로 끌고 온 연봉협상에서 강민호가 '백지위임'으로 선제공격을 했다. 강민호는 구단과의 협상 자리에서 '알아서 달라'며 연봉을 위임했고, 구단은 이에 '생각 해보겠다'며 강민호의 연봉 발표를 가장 뒤로 미뤘다. 갑작스러운 강민호의 제안에 구단도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봐야 하는 것이다.
강민호로서는 롯데가 어떤 연봉을 제시하든 큰 문제는 없다.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다면 역대 최고액 경신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금전적인 면을 놓고 봤을 때는 롯데에 잔류하는 것보다 시장에 나가보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지난해 FA 협상 끝에 롯데를 떠나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에 새 팀을 찾은 김주찬(KIA)과 홍성흔(두산)을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준비된 대박'을 눈앞에 둔 강민호에게 2013시즌 연봉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롯데의 고심은 더욱 깊어져 간다. 만약 강민호가 염두에 둔 금액보다 턱없이 낮게 내년 연봉을 책정한다면 FA를 앞두고 구단과 선수간의 신뢰가 틀어질 우려가 있다. 이미 2011년 시즌을 앞둔 연봉협상에서 롯데와 강민호는 연봉조정신청 직전까지 갔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강민호의 연봉만 무턱대고 높여줄 수는 없다. 최근 롯데는 첫 번째 협상 자리에서 최고액을 제시하는 협상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미 계약을 마친 선수들은 거의 모두가 구단 제시액에 맞춰 사인을 해야 했다. 여기서 강민호의 연봉만 고과를 초월해 높게 받는다면 다른 선수들의 심리적 반발감을 달랠 길이 없다.
말 그대로 강민호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고, 반면 롯데는 강민호 연봉 책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강민호의 연봉협상 결과에 따라 롯데의 '신 협상전략'도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주도권은 강민호가 가져왔다. 롯데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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