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승승장구'가 결국 폐지된다. 방송 3주년을 코 앞에 두고 전해진 갑작스러운 폐지 소식, 화요일 밤마다 잘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지난 2010년 2월 첫 방송을 내보낸 '승승장구'는 김승우를 메인 MC로 기용하면서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초반에는 김승우를 필두로 2PM 우영, 소녀시대 태연, 배우 최화정과 개그우먼 김신영 등 이색적인 MC진을 구성해 방송가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김승우가 주인장이 된 것이나 우영, 태연 등 아이돌이 포진한 것이나 최화정, 김신영과의 조합이나 여러모로 반신반의할 만한 요소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승승장구'는 의외의 저력을 발휘했다. 초대 연출자였던 윤현준 PD(현 JTBC 소속)의 진두지휘 아래 초보 MC 김승우의 성장세는 놀라웠고 홍보성 게스트로 연명하던 천편일률 토크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손님을 초대해 고유 색깔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초대 MC들이 떠나고 배우 김성수, DJ DOC의 정재용, 비스트 이기광 등이 새로운 MC 군단으로 합류해 '승승장구'의 안정기를 이끌었다. 시청률 부침과 동시간대 경쟁작 SBS '강심장'과의 접전에 지칠 때도 김승우의 기둥 노릇은 계속됐고 현재의 연출자 박지영 PD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승승장구'만의 색깔은 더욱 확고해졌다. 또 김성수와 정재용이 떠난 자리에 탁재훈과 이수근이 합류하고, 지난 해 이기광이 스케줄 문제로 하차한 뒤 현 3 MC 체제에 돌입했지만 관록의 3인방은 뿌리를 잃지 않고 '승승장구'의 전성기를 맞는 듯 했다.

그러나 '돌연' 폐지란다. 사실 KBS 내부에서는 '승승장구' 폐지 논의가 진행된 지 꽤 오래다. 대중이 미처 알지 못한 시간에 이미 '승승장구' 폐지를 놓고 예능국과 제작진, MC간 논의가 거듭됐던 상황이다. 언젠가 김승우 하차설이 불거진 것도 이 폐지 논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내부적으로는 공공연한 일이었다고 해도 화요일 밤 '승승장구'를 보며 지친 심신을 달래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만큼 따뜻하고 속 깊은 토크쇼가 없었는데 말이다.

'승승장구'는 당시의 핫 이슈 스타나 홍보성 게스트들을 떼로 불러 신변잡기를 끌어내고 폭로전을 독려하는(?) 콘셉트를 지양했다. 첫 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1인 게스트를 초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몰래 온 손님'이라는 깜짝 스타를 더해 지루함을 눌렀다. 1인 게스트는 당연히 풍성하고 진솔한 얘깃거리를 들고 나왔다. 1시간 10여분 방송 시간동안 시청자들은 그날의 게스트에 대해 몰두할 수 있었고 진득이 공감,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승승장구'의 폐지 사유에 대해서는 사실 방송사나 제작진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딱히 없다. 여느 프로그램들처럼 시청률 부진 탓이라기에도 무리가 있다. 동시간대 '강심장'을 대적할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매주 시청률 성적표가 입증한다. 그렇다고 소재 고갈, 게스트 고갈 핑계도 어렵다. 안방은 아쉽게도 볼만한 토크쇼 한 편을 떠나보내게 됐다.
한편 '승승장구'는 오는 10일 안정환-이혜원 부부 편 녹화를 끝으로 15일 최종회를 내보낸다. 22일부터는 강호동 탁재훈 최강창민 정재형 용감한형제 등이 MC로 나선 '당신이 좋다, 만남 나이트'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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