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일밤’을 구하는 기분 좋은 대형사고가 발생할까.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의 새 코너 ‘아빠 어디가’가 아이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최소한 쫄딱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모처럼 재밌는 ‘신상’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탄생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아빠 어디가’가 지난 6일 첫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아빠와 자녀가 오지로 떠나는 여행기를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다. 제작진이 의도했든 아니든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는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대화를 내세우는 SBS ‘붕어빵’의 장점만을 쏙쏙 빼서 만든 듯한 인상을 줬다.

그렇다고 기획의도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짬뽕 프로그램은 아니다. 아빠들과 아이들이 엄마 없이 오지에서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재미와 함께 감동을 선사했다.
여느 한국 아빠들처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잘 모르는 성동일, 김성주, 이종혁, 송종국, 윤민수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자녀들이 펼치는 오지 적응기는 무공해 웃음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펼치는 천진난만한 매력과 제작진이 의도한 오지생활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난관은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앞서 제작진은 지난 2일 프로그램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제작진이 웃길 것이라고 예상한 지점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웃음이 발생했다”면서 당혹스러운 순간을 떠올린 바 있다.

제작진의 말대로 ‘아빠 어디가’는 제작진이 준비한 인공적인 웃음이 필요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오지에 떨어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대화와 행동, 그리고 아빠들의 당혹스러운 표정만으로도 이미 시청자들을 무장해제시켰기 때문.
첫 방송부터 다섯 아빠들과 다섯 아이들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도 호재다. 방송인부터 가수, 배우 등 연예인과 축구선수 출신까지 다양한 출연진은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가정 내 입지가 줄어드는 한국의 아빠라는 공통점 속에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아빠 성동일과 겁이 많은 성준(7)부터 친화력이 있는 방송에서의 모습과 달리 권위적인 아빠 김성주와 아빠 못지않게 말 잘하고 의젓한 아들 김민국(9), 까칠하고 무심하지만 귀여운 아빠 이종혁과 호기심 많은 이준수(6), 딸이 해달라는 것은 다 하는 ‘딸바보’ 아빠 송종국과 유일한 홍일점으로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송지아(6), 아들보다 철이 덜든 아빠 윤민수와 송지아에게 첫눈에 반해 졸졸 쫓아다니는 윤후(7)까지 각양각색의 아빠와 아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돌발상황은 채널을 바꿀 수 없게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
아직 1회 밖에 공개되지 않아서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전파견문록’, ‘환상의 짝궁’, ‘붕어빵’으로 내려오는 동심을 이용한 예능 프로그램 불패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일밤’의 또 다른 코너 ‘매직콘서트-이것이 마술이다’가 흥미로운 마술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아빠 어디가’가 어른들도 하지 못한 ‘일밤’ 구하기를 이뤄낼 수 있을지 안방극장에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jmpyo@osen.co.kr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