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오래된 고민, 테이블세터는 어떻게 해결될까.
한화는 전통적으로 중심타선 걱정이 없는 팀이다. 올해도 장성호가 떠났지만 기존의 김태균과 최진행에 김태완이 군제대하며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다. 그러나 확실한 테이블세터가 없다면 중심타선의 위력도 감소될 수밖에 없다. 김태균-최진행-김태완 앞에 테이블세터가 얼마나 찬스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한화는 테이블세터가 취약점이었다. 1~2번 타순의 타율은 2할2푼으로 8개팀 중 가장 낮았고, 출루율도 3할1푼으로 두산(0.302) 다음으로 낮았다. 1~3번 타순이 삼자범퇴로 물러난 뒤 4번타자 김태균이 주자없이 선두타자로 나오는 건 지난해 한화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응룡 감독은 테이블세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복안일까. 김 감독은 "1~2번 타자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린 선수 중에서 하주석 등 발 빠른 선수들이 몇명 보인다. 몇 년간 잘 키우면 될 것"이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젊은 선수들을 테이블세터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내야수 오선진(24)이다. 지난해 팀 내 야수중 최고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110경기에서 타율 2할6푼3리 105안타 3홈런 41타점 14도루로 활약했다. 후반기에는 1번타자로 중용됐다. 발이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날카로운 타격과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존재감을 어필했다.
2년차가 되는 내야수 하주석(19)도 김응룡 감독이 주목하고 있다. "하주석 같은 선수를 키우는 것이 내 임무"라는게 김 감독의 말이다. 지난해 70경기에서 타율 1할7푼3리 22안타 1홈런 4타점 7도루에 그치며 프로의 벽을 실감했지만, 시즌 막판 폭발적인 주루 스피드와 센스 넘치는 플레이로 무한한 가능성을 뽐냈다.
2년차 외야수 양성우(24)도 주목해 볼만하다. 지난해 45경기에서 타율 1할9푼5리 17안타 3타점 6도루로 성적자 체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볼넷 15개를 골라 내 출루율은 3할2푼이었고, 도루 성공률도 85.7%로 높았다. 공을 고를 줄 아는 선구안과 확률 높은 주루 플레이로 테이블세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발 빠르기로는 팀 내 최고 수준의 외야수 전현태(27) 이상훈(26), 내야수 이학준(28)도 빼놓을 수 없다. 아직 20대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남아있다. 김 감독의 유망주 육성 방침에 따라 오선진·하주석·양성우 등과 경쟁체제를 형성할 전망이다.
비록 김 감독은 젊은 선수를 원하지만 그들이 부진할 경우 언제든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오랜 기간 1번 타자로 활약한 최고참 외야수 강동우(39)를 비롯해 고동진(33) 추승우(34) 오재필(31) 등도 테이블세터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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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진-하주석-양성우(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