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 잡는’ 히메네스-니퍼트 2013년 닮은꼴 대박?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07 10: 10

피부색은 다르지만 투구 스타일이 비슷한 편이다.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때로는 능글맞게 농을 던지는 점도 은근히 비슷한 둘이다. 3년 만에 두산 베어스로 돌아온 도미니카 출신 우완 켈빈 히메네스(33)와 3년 연속 두산에서 뛰게 된 더스틴 니퍼트(32)는 어떤 궁합을 보여주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될 것인가.
두산은 지난 6일 니퍼트와의 재계약 및 일본 라쿠텐 2시즌을 보내고 한국 복귀를 희망하던 히메네스 재신임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일찌감치 두산과의 재계약 수순을 밟았으며 히메네스는 검증된 투수라는 점에서 지난해 35세이브를 올린 스캇 프록터(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빈자리를 채웠다.
마무리를 홍상삼에게 맡기는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두산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선발 요원으로 채우면서 이미 5선발 체제를 확정지었다. 니퍼트-히메네스에 김선우-노경은-이용찬이 함께 선발진을 채운 두산은 홀수 구단 체제로 인한 일정에 따라 컨디션과 상대 성적을 감안해 유연하게 선발진을 운용할 수 있다. 물론 만약이라는 가정이다.

또한 히메네스와 니퍼트의 투구 스타일은 대체로 비슷한 편. 2010년 14승 5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했던 히메네스는 그 해 152이닝을 던지면서 8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9이닝 당 탈삼진 평균 5.15개로 그리 많이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는 아니다. 대신 투심 패스트볼이나 싱킹 패스트볼 등 직구 변종 구질로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며 범타를 유도하는 투수다.
2011년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187이닝 동안 150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던 니퍼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번에는 보다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니퍼트의 지난해 성적은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0. 한 이닝에 집중타를 맞는 경우도 많았고 194이닝 동안 126개로 9이닝 당 탈삼진률은 7.22개에서 5.85개로 하락했다. 그래도 크게 나빠진 성적은 아니다.
2년 전 히메네스는 라쿠텐 입단 당시 “혹시 당신의 빈자리를 채운 니퍼트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누군지 알고 있다. 장신에 하드 싱커를 갖춘 투수로 내야 수비가 좋은 두산이라면 큰 도움이 될 투수”라고 말했던 바 있다. 히메네스도 2010시즌 범타 유도에 쓰인 자신의 싱킹 패스트볼에는 자부심을 갖던 투수였다.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빠른 대결을 추구하는 것이 히메네스와 니퍼트의 공통점이다.
지난해 두산의 팀 실책은 78개로 넥센과 함께 최다 공동 4위. 얼핏 보면 수비력이 약화된 느낌이지만 두산 투수진은 1193⅓이닝으로 8개 구단 중 두 번째로 이닝 수가 많았던 반면 LG(735개)에 이어 두 번째로 탈삼진이 적은 팀(802개)이었다. 그만큼 수비수의 타구 처리 빈도가 높았던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수비력이 심각하게 나빠졌다고 보기 힘들다. 게다가 두산은 아직도 타 팀에서 탐내는 야수들이 많을 정도로 야수층이 두껍다. 범타 유도형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보유한 데는 두산이 믿는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히메네스와 니퍼트는 야구 외적으로도 친화력이 좋은 투수들이다. 이미 니퍼트는 국내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물심양면으로 표현할 정도로 확실한 팀원이 되었다. 히메네스도 두산에서 뛰던 당시 능글맞게 동료들과 농을 주고 받거나 포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서로의 친화력과 융화도 지켜봐야 하지만 팀에 적응하는 모습에서는 큰 단점을 찾기 힘들다.
야수진의 안정된 수비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투수들의 구위 유지 여부다. 니퍼트의 경우는 지난 시즌을 겪으며 ‘첫 해보다 위력이 떨어졌다’라는 대다수의 평을 받았다. 히메네스의 경우도 라쿠텐 시절 겪었던 팔꿈치 부상과 타구 직격으로 인해 입은 손 부상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적받은 바 있다. 팀이 기대하는 제대로 된 구위가 없다면 검증을 받았던 투수라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2010시즌 에이스였던 히메네스와 지난 2년 간 두산 선발진 주축이었던 니퍼트의 만남. 두 외국인 선발 투수들은 2013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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