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드라마 제작기로 화제를 낳았던 SBS 월화극 ‘드라마의 제왕’(극본 장항준 이지효, 연출 홍성창)이 지난 7일 종영됐다.
‘드라마의 제왕’은 몰락한 드라마 제작자 앤서니 김(김명민)이 온갖 역경을 딛고 극중 드라마 ‘경성의 아침’으로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이를 위해 신인작가 이고은(정려원)을 비롯해 톱스타 강현민(최시원)과 성민아(오지은)가 작품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등 화려한 방송가의 이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드라마의 제왕’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을 초월하는 한국 드라마 제작 과정의 열악함을 실감나게 묘사한 데 있다. 첫 방송부터 등장한 생방송 촬영과 쪽대본 문제, 그로 인해 벌어진 촬영 테이프를 배달하던 택배기사 사망사건은 이 드라마가 채택한 소재인 드라마 제작과정의 험난함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에피소드다.

이 밖에도 편성을 결정하는 톱스타 캐스팅 여부와, 이를 위해 회당 1억 원의 출연료가 오가는 불편한 진실, 여기에 주인공의 드라마 무사 출연을 위해 음주사고와 같은 범죄에도 언론 플레이와 가짜 연기를 통해 잡음을 무마하는 과정이 희화화 돼 그려지는 등 생생한 방송가 뒷이야기가 시청자의 군침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은 드라마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며 스토리 전개 역시 맥없이 풀리고 말았다. 후반부 강화되기 시작한 앤서니와 고은의 러브라인은 ‘드라마의 제왕’이 가진 리얼한 드라마 제작과정의 험난함을 집어삼켰고, 인물들의 의기투합에 의해 가까스로 뛰어넘을 수 있었던 장애물은 ‘경성의 아침’ 성공과 함께 자취를 감춰 긴장감까지 동시에 사라지는 역효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의 방해물로 등장한 앤서니의 갑작스러운 실명이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앤서니의 실명은 모계로부터 이어진 것으로, 극 초반부터 등장한 어머니의 시각장애인 설정이 있었더라도 너무나 갑작스러운 진행과 악화로 오히려 급조 혐의만 강조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다소 도식적으로 그려진 갈등과 해결 과정 역시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드라마의 제왕’은 앤서니 김이 몰락한 이후 일본 야쿠자의 자금을 이용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첫 출발부터 한 회의 마지막 무렵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제시했지만, 그 다음회 초반 비교적 쉽게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긴장감을 약화시킨다는 평을 들었다. 여기에 전성기 시절 목적을 위해 수단 따위는 개념치 않는 앤서니의 방식을 증오하던 방송사 드라마 국장 남운형(권해효)이 어느새 앤서니에게 협력하는 조력자로 변신하는 등 갈등의 해소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에피소드가 종종 등장해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다만,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변함없이 충직한 연기력을 보인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마지막까지 빛을 발했다. 설명이 더 이상 필요치 않는 배우 김명민의 명품연기력을 비롯해, 외유내강의 신인작가 캐릭터를 해사한 웃음과 강단으로 표현한 정려원,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믹연기로 작품의 웃음을 책임진 슈퍼주니어 최시원은 호연으로 캐릭터 극인 ‘드라마의 제왕’을 떠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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