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손을 잡고 10구단 창단을 신청한 KT다. 상대는 전북과 연합해 반대편에 선 부영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신경 써야 할 또 다른 상대가 있는 듯한 미묘한 기류다.
KT는 7일 이석채 회장이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을 직접 방문해 10구단 회원가입신청서(창단신청서)를 접수했다. 수원시와 KT 관계자가 모두 빨간색 점퍼를 입고 야구회관을 찾아 결집력을 과시했다. 이 회장은 신청서 접수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껏 쌓아온 스포츠 관리 역량을 발휘해 1200만 경기도민과 합쳐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나왔다. “삼성이 KT·수원의 10구단 유치를 반대한다”라는 일각의 시선이었다. 그러자 이 회장은 “삼성이 왜 10구단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하면서 “10구단은 KT의 팀이면서 수원의 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대부분의 직원이 수원에 살고 있는데 그들은 그냥 야구를 즐기면 된다. 그것이 어느 팀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KT와 수원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은 분명 적지 않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기업이나 지자체 심사 등 평가항목 외에 다른 변수가 떠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승산이 굳어졌다고 생각하는 일부 수원 측 인사들은 정치적 논리, 그리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소속되어 있는 기존 구단들의 입김에 결과가 뒤집히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구체적인 행동도 있었다. 복수의 경기지역 언론들은 지난 3일 오전 수원의 한 호텔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등 지역 정치인들이 모여 10구단 창단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함께 했다. 정치적 움직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한 KBO의 논리상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는 회동이었다.
그러나 간담회에 배석한 한 참석자는 “오히려 우리가 정치적 논리의 배제를 요청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외압뿐만이 아니다. 기존 구단들의 견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도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은 사실상 삼성의 도시다. 이 회장의 언급대로 많은 직원들이 수원이나 수원 인근에 산다. 프로축구의 삼성 블루윙즈도 수원에 뿌리를 내렸다. 서로 눈치를 볼 수 있는 환경이다. 10구단 창단 승인이 나기 전부터 KT나 수원 측에서는 “이런 사정 때문에 삼성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항변을 해왔다.
10구단 창단 승인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 외 통신 라이벌 업체인 SK와 LG도 수원 관계자들이 경계하는 변수이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해당 구단들은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사실무근이다. 우리는 10구단의 연고지와 주체가 누가 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며 부인해왔다.
이제 10구단 창단 주체 결정까지는 4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KBO는 오는 10일 최종 프리젠테이션 때 평가위원들을 전원 소집해 최종 점수를 매긴다는 계획이다. 이 점수는 11일 열릴 임시 이사회로 넘어가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KT와 수원의 생각이 한낱 오해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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