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해 시작은 덕담으로 훈훈해야 정상이다. 시작부터 쓴소리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런데 SK의 2013년 시작이 이상했다. 덕담보다는 강한 채찍이 오고 갔다.
SK는 7일 문학구장 내 위치한 위생교육장에서 ‘2013년도 SK 와이번스 신년식’을 열었다. 오래간만에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시작 전에는 서로 밝은 대화가 오고가는 등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신영철(58) SK 대표이사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작심한 듯 쓴소리를 하는 신 사장의 강경한 어투에 식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신 대표이사의 덕담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 그리고 건강하라”라는 첫 두 마디 뿐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질책이 주를 이뤘다. 곧바로 “우리 팀, 위기다”라고 어투를 바꾼 신 대표이사는 “대표이사로 온 지 8년인데 올해가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한다. 작년과 재작년의 위기는 위기도 아니다”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신 대표이사는 “우리가 안주하고 있다. 이렇게 느슨할 수가 없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재 정신상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일이 있다. ‘팀보다는 개인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주위에서 이야기해 달라. 언제든지 조치하겠다. 우리 팀에는 그런 선수가 필요없다”고 강경하게 이야기했다. 신 대표이사는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예전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똑같이 질책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정말 큰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강조한 신 대표이사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프로에 처음 몸담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라고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구단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수위였다. 이만수 SK 감독 역시 식후 “선수들에게 읽어주려고 준비한 종이가 있었는데 분위기가 그래서 그러지 못했다”라며 약간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이런 신 대표이사의 강경 발언은 전체적인 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SK 선수단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프런트는 각종 마케팅 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그런 현실에 안주해 조직이 정체되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이 경우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신 대표이사의 돌직구에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최근 팀 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몇몇 선수들이 팀을 떠나서 위기가 아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개인주의가 스며들고 있다. 대표이사님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기에 위기라고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결국 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느슨한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안점을 두는 신 대표이사의 덕담 아닌 덕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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