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투수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노트, 정체는?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1.08 07: 55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들이 새해부터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투수진은 지난 7일 2013시즌 시무식이 끝난 뒤 웨이트 훈련을 했다. 그러던 중 김동우 전력분석원이 한 개의 박스를 들고 웨이트실에 들어왔다. 김 전력분석원은 노트를 한 개씩 투수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문성현, 한현희, 노환수 등 투수들은 노트를 궁금해하며 김 전력분석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노트의 정체는 바로 '나의 훈련 일지'. 이 노트에는 매 페이지마다 그날의 피칭 구종과 투구수, 자신의 느낌을 적을 수 있는 표가 있다.

선수들마다 개인적으로 일기를 쓰는 이들은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팀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훈련 일지는 염경엽 감독의 아이디어다. 평소 필기 습관이 잘돼있고 데이터를 중시하는 염 감독은 본인도 1998년부터 조금씩 투수의 견제, 도루 방법 등 야구 이론을 정리하기 시작한 노트를 6권이나 갖고 있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자신이 어떤 야구를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선수들이 있다. 매번 던질 때마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과 직접 적어보는 것은 다르다. 그날그날 자신의 피칭을 기록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이어 "스프링캠프부터 1년치를 쓸 수 있게끔 200장 정도 종이를 넉넉하게 마련했다. 매일 적다보면 안좋은 날에 좋았던 날의 느낌을 다시 읽어보면서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훈련 일지의 효과를 기대했다.
노트 검사는 따로 없다. 염 감독은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학생 때 하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발전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은 불시에 검사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선수들은 제대로 궁금해하거나 당황해했다. 가장 관심을 보이던 한현희는 "지금까지 따로 적어본 적은 없다. 피칭을 하지 않는 날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질문을 던졌다. 다른 선수들도 김 전력분석원에게 필기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해 넥센 투수진은 최다 사사구 허용 1위의 불명예스러운 자리에 올랐다. 이에 염 감독은 올해 투수진 목표를 최소 사사구 허용 1위, 최소 도루 허용 1위로 잡았다. 매일 자신의 피칭을 돌아보며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 넥센 투수들은 어떤 성장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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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전력분석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한현희(위)-훈련 일지(아래)/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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