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우가 자신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 대중에게 칭찬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김래원은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고 완벽한 컴백을 외쳤다.
김성훈 감독이 “김래원이 유일한이고 유일한이 김래원이다”고 말했을 만큼 김래원은 능청스럽고 거침없는 유일한 캐릭터를 온 몸으로 받아들였고 영화를 찍는 동안 그는 유일한이었다.
유일한은 2003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이경민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머리에 한 대 콩 쥐어박고 싶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인생 한 방을 걸고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 확률 제로인 최악의 파트너를 만나지만 서로를 통해 인생 최고의 순간에 도전해 가는 영화. 김래원은 천부적인 노래 실력을 가진 다문화 가정의 영광(지대한 분)을 위해 때로는 얄미울 정도의 악역으로 때로는 아이가 꿈을 실현시키는데 가장 위대한 조력자로서 온전히 그 역할을 해낸다.
“유일한은 허세죠.(웃음) 차라리 더 뻔뻔하게 했으면 했지만 일부러 좀 더 가볍게 했어요. 미움 살까 봐요. 좀 더 깊이 있게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면 극이 재미도 없고 쳐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힘을 좀 뺐죠.”
유일한이라는 캐릭터가 김래원에게 잘 맞는 캐릭터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군 전역 후 4년 만에 선택한 영화라 걱정이 됐던 것이 사실.
“캐릭터를 어느 정도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까라는 걱정도 됐고요. ‘옥탑방 고양이’를 하고 바로 이 작품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최근에 멜로드라마 ‘천일의 약속’을 하고 그 전에는 미술품으로 사기 치는 ‘인사동 스캔들’을 해서 유일한 캐릭터가 대중에게 통할까라는 고민을 했죠.”

그러나 김래원의 걱정과는 달리 유일한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힐 것으로 예상된다. 팬들과 대중이 원하는 김래원의 캐릭터가 바로 유일한이기 때문. 김래원이 유일한을 만났을 때 그의 매력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한다. 앞으로 김래원이 어떤 연기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유일한을 통해 김래원의 매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김래원은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작인데도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내세워 유일한을 완벽하게 살렸다.
미국 맨해튼 음악학교 출신임을 내세우지만 대작 뮤지컬을 실패작으로 만든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데다 경제적 여유가 전혀 없음에도 본인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비싼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뻑’에 취해 사는 유일한을 연기하고 있는 김래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래! 역시 김래원이야!’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래원은 단지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연기 데뷔 이래 처음으로 20살이나 차이나는 어린 배우 지대한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연기호흡을 맞췄다.
“아이와 호흡은 좋았죠. 대한이는 제게 있어 좋은 파트너예요. ‘마이 리틀 히어로’는 아이가 빛나야 하는 영화예요. 아이를 빛나 보이게 하는 게 제 몫이죠.”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김래원은 지대한에게 게임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특히 ‘마이 리틀 히어로’ 행사에서 김래원은 지대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공식자리를 어색해 하는 아이를 세심하게 챙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을 만큼 적당하게 지대한에게 관심을 쏟았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한국영화 최초 다문화 가정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실제 다문화 가정의 지대한이 출연했다. 김래원은 아이가 나중에라도 상처받을 것을 염려했던 것.
“촬영 현장에서 많은 스태프들에게 사랑을 받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만 사랑을 줬어요. 과하게 사랑을 주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으니까요.”
김래원은 지대한을 여느 아이처럼 대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잘해주거나 편견을 가지지도 않았다. 지대한을 지대한으로 대했다. 그리고 촬영을 하는 중간에 지대한과 이런 얘기를 했다.
“아이에게 사랑도 생기고 정이 드니까 이런 저런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영화를 하고 나면 대중에게 주목받게 되니 기분이 좋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라고 했죠. 시간이 지나면 대중에게 잊혀 질수도 있고 그런 것에 상처받을까봐서요. 그래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대한이가 ‘우린 다르다’고 생각할까봐 걱정됐죠. 아이에게 큰 관심을 주다가 시간이 지나 그 관심이 사라지면 그 아이의 상처를 책임져줄 사람이 없는 거잖아요.”
처음으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영화 주인공으로 꿈과 도전이라는 희망을 담아낸 ‘마이 리틀 히어로’. 김래원은 곧 영화를 보게 될 예비 관객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따뜻하고 훈훈한 영화예요. 그리고 굳이 노력하라는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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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