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망주 김봉래(23)가 '킹 방울뱀'의 꼬리를 한층 더 위협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명지대를 졸업한 김봉래는 작년 12월 자유선발 선수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부상에서 회복되고 있는 홍정호를 비롯해 한용수, 오반석 등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기존 수비 자원들이 있는 만큼 김봉래라는 옵션은 제주의 백라인을 더욱 안정적이고 풍성하게 만들 전망이다.
박경훈 감독의 제주는 지난 시즌 '방울뱀' 축구의 기치를 내걸었다. 상대를 압박해 가면서 결정적인 틈이 보이면 한 방으로 제압하려 했다. 시즌 초반에는 통했다. 하지만 7~8월이 되면서 독성이 묽어졌다.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수비에 생긴 균열이 컸기 때문이었다.

수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박 감독이었다. "성적을 내려면 수비가 돼야 한다. 느낀 바가 많았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 본 박 감독은 "베스트 멤버가 다쳐도 기량차가 크게 없는 백업 라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 이번 전지훈련의 큰 그림 중 하나를 밝혔다. 방울뱀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머리 뿐 아니라 꼬리까지 표독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박 감독이 내건 '킹 방울뱀'을 설명하는 말과 무관하지 않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이 아기 방울뱀이었다면 올해는 다 자라 성인이 된 '킹 방울뱀'이 될 것"이라며 "맹독을 더 뿜을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에서 박기동을 비롯해 브라질 용병 2명(아디손과 페드로)까지 영입, 내실을 다졌다. 이는 기존 산토스와 자일의 공백을 염려한 것이기도 하다. 수비에도 신경을 썼다. 일단 대구에서 박준혁을 데려왔다. 박준혁은 지난 시즌 38경기를 뛴 대구 주전 골키퍼다. 경기 당 1.39실점을 기록했고 무실점 경기가 11번이었다.
여기에 또 한 명 김봉래를 실전용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감독의 수비에 대한 지론이 상당히 공격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올 시즌 김봉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감독은 "수비, 특히 사이드백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 지구력과 수비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오버래핑을 통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수비 능력도 되지만 조직적인 플레이도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방울뱀이 되기 위해서는 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말이었다.
이는 가만히 들어보면 김봉래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일단 김봉래는 "어떤 포지션도 자신있지만 주로 오른쪽 사이드백이 가장 자신있다. 주장이신 최원권 선배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도 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김봉래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김경래 감독(명지대)께서 멀티 포지션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셨다. 결원이 생길 때마다 그 자리에 들어갔다. 쳐진 스트라이커부터 윙, 사이드 등 골키퍼를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을 경험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시 말해서 김봉래가 바로 박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적이면서 조직 능력을 지닌 수비라는 뜻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김봉래의 몸이다. 김봉래는 "고 1 때 키가 168cm였지만 몸무게가 50kg였다. 그런데 두 달을 쉬면서 65kg을 만들었다. 하지만 2학년 때 헬스장 관장께서 "근육이 필요한데 지방이 많다"고 해서 두 달만에 다시 50kg를 만들었다. 이후 4년 동안 서서히 몸을 찌워서 지금은 62kg이다. 대신 몸 전체가 근육이다. 게다가 아직 한 번도 부러지거나 다친 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장 프로 무대에서도 체력과 스피드에 대해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었다.
여기에 "근성, 성실, 노력, 자신감 4가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김봉래는 "제주가 패스 축구를 잘한다. 나 역시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축구를 좋아한다. 또 마라토너 출신이신 아버지 때문인지 뛰는 것을 좋아한다"고 웃어보였다. 대신 "경기 중 급하게 서두르는 점은 고쳐야 한다. 경험이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김봉래다. '킹 방울뱀'을 향한 제주에 최적화 돼있다는 점에서 '계사년' 김봉래에 쏠리는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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