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에쿠스 스타일”, 나성범의 자신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09 10: 35

“이종욱, 이대형 선배가 날렵한 스포츠카 스타일의 중견수라면 저는 에쿠스 스타일의 중견수로 떠오르고 싶습니다”.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외모와 뛰어난 야구 재능. 자신이 원하던 포지션을 낙점받았다는 말을 듣고 짓던 순수한 표정과 재미있는 비유. 감독이 왜 그를 ‘팀의 미래 스타’로 점찍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주전 3번 타자이자 중견수로 지목된 나성범(24)과의 대화는 예상보다 훨씬 유쾌했다.
광주 진흥고-연세대를 거쳐 2012 드래프트에서 NC의 지명을 받아 입단한 나성범은 계약금 3억원을 받았을 정도로 대학 시절 최대어 좌완이었다. 그러나 김경문 초대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로서 자질이 충만하고 타자로서도 대성 가능성이 크다. 투수보다는 외야수로 키우고 싶다”라며 나성범에게 타자 전향을 지시했다. 이미 고교 시절 호타준족의 면모를 보여줬던 나성범이지만 신생팀의 인기몰이를 위한 도박과도 같았다.

현재 진행과정은 순조롭다. 나성범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팀의 주전 3번 타자로 94경기 3할3리 16홈런 67타점 29도루의 성적을 올렸다. 남부리그 홈런-타점 1위에 도루도 남부리그 2위로 호타준족으로서 잠재력을 보여준 나성범이다. 특히 지난해 그가 기록한 몸에 맞는 볼은 무려 33개.  아픔 속에서 1군 무대에 마침맞은 타자가 되기 위해 묵묵히 참고 출루하며 베이스를 훔친 나성범이다.
김 감독은 나성범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재능도 대단한 데다 야구를 임하는 자세와 근성 모두 뛰어나다. 우리 팀의 스타가 될 선수”라며 “중견수를 맡길 것이다. 타선의 중추인 동시에 우리 팀의 센터라인 주축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무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일찍부터 1년 터울의 형인 포수 나성용(LG, 경찰청)과 함께 훈남 형제로 불리며 아마추어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인 만큼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감독의 의지다.
8일 창원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팀 합동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나성범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많은 것을 배웠음을 이야기했다. 대학 4년 간 투수로 뛰다 본격적인 타자 수업을 받으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나성범이지만 아직 배우는 입장인 만큼 계속 느끼고 있음을 강조했다.
 
“많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몸에 맞는 볼로 잔부상도 있었고 도루도 적극적으로 하다보니 다리 부상도 살짝 있었고요. 한 시즌을 쭉 뛰면서 원정 경기를 위해 장거리 이동도 있었고. 코칭스태프들께서 ‘투수에게 공을 맞았다고 감정을 표출하면 안 된다’라고 하셔서 최대한 참고자 노력했습니다. 출루율도 높아지고 제 타율관리도 되니까요”.
1군에서는 더 빠른 공과 더욱 위협적인 몸쪽 공이 날아 올 테니 피하는 요령도 확실히 배워야겠다고 이야기한 나성범. 가끔씩 치렀던 야간 경기를 통해 외야 수비 적응도 어느 정도 되었다고 밝힌 나성범은 “중견수 위치가 편한 데 어디서 뛸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꺼냈다. “감독께서 ‘나성범은 중견수’라고 하셨다”라고 전해주자 나성범은 크리스마스에 갖고 싶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정말 환하게 웃었다.
“수비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중견수 자리가 좋아요. 정면에서 타구를 쫓다보니 아무래도 각도가 잘 보이는 쪽이고. 센터 필더잖아요. 외야 대장. 뭔가 있어 보여요”.(웃음)
중견수는 팀 전력의 기초 중 하나인 수비진 센터라인의 한 주축이며 대체로 발 빠른 톱타자 요원들이 그 자리를 맡는 경우가 많다. 나성범의 롤모델인 추신수(신시내티)와 이종욱(두산), 이대형(LG) 등의 수비를 함께 이야기하던 도중 나성범은 “두 선배님들과 저는 다른 스타일”이라며 스포츠카와 대형 세단을 함께 언급했다. 재미있는 비유에 다시 한 번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종욱, 이대형 선배님들은 날렵한 스포츠카 느낌이랄까요. 저는 에쿠스 같은 스타일의 중견수가 되고 싶어요. 스포츠카처럼 엄청난 속력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정중동(靜中動)으로도 좋은 수비 범위를 보여주는 중견수가 되고 싶습니다. 마침 추신수 선배님도 이적하면서 중견수를 맡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기분 되게 좋더라고요. 마치 옷을 제대로 깔맞춤한 것처럼요”.
추신수 말고 국내 리그에서 그가 롤모델로 꼽는 선수는 누굴까. 바로 이병규와 박용택(이상 LG)이다. 이병규는 지난 1999시즌 30홈런-31도루로 30-30 클럽에 가입하는 등 리그의 대표적인 호타준족 외야수이며 박용택은 2005년 4번 타자로 뛰면서도 4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도루왕좌에 올랐다. 나성범과는 같은 좌타자이자 호타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용택 선배님의 올 시즌 활약상을 보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호쾌한 타격은 물론이고 필요할 때는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도루도 자주 하시고. 이병규 선배님도 호타준족으로 대단하신 분이잖아요”. 왜 나성범이 자신의 지향점을 ‘에쿠스 스타일’이라고 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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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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