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러닝’ 박정권, 이만수의 흐뭇한 미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09 10: 37

새해 첫 업무일인 1월 2일. 이만수(55) SK 감독은 문학구장을 찾았다. 조용히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얗게 눈이 덮인 경기장에서 묵묵히 홀로 뛰는 선수가 있었다. 이 감독도 깜짝 놀랐다.
이 감독은 그 주인공을 박정권(32)라고 설명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1월 2일 아닌가. 실내에서 개인연습을 하는 젊은 선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중·고참급인 박정권이 러닝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큰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박정권을 두고 “올 시즌 반드시 살아나야 할 선수”라고 강조했다.
2010년 타율 3할6리, 18홈런, 76타점으로 폭발했던 박정권은 그 후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팀 주장으로 선정된 지난해도 122경기에 나가 타율 2할5푼5리, 12홈런, 59타점에 그쳤다. 12홈런은 풀타임 주전이 된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박정권 스스로도 자책이 심했다. 그래서 스파이크 끈을 다시 꽉 묶었다. 2013년은 자존심을 걸겠다는 포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1월 2일의 ‘나홀로 러닝’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 감독은 2013년 팀 과제 중 하나로 야수들의 부활을 뽑았다. SK는 지난해 야수들이 집단 난조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이 감독은 “마운드가 버텨주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올해는 야수들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워낙 좋지 않았던 만큼 올해는 다시 치고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힘 있는 왼손 타자인 박정권은 그 중에서도 핵심 퍼즐이다.
이 감독은 이런 박정권에게 다시 한 번 주장을 맡겼다. 이 감독은 “고참들이 다 빠져 나갔다. 조인성 박진만 안치용 등이 박정권보다 선배지만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라는 점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이제 박정권이 야수 최고참급이나 마찬가지다”라면서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주장으로서 몫도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정권은 지난 7일 열린 팀 신년식에서 선수단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박정권은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서 작년 한 해를 이끌어올 수 있었고 올해도 그럴 것이다”라면서 “힘을 합치면 올 연말에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선수들의 단합을 당부했다. 자존심 회복과 더불어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짊어진 박정권의 어깨에 SK의 성적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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