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선발진이 구성된 것인가.
두산이 켈빈 히메네스 영입으로 마운드를 더 높였다. 두산은 지난 6일 2010시즌 팀의 에이스투수로 활약했던 히메네스 영입을 발표, 선발로테이션 5명 전원을 두 자릿수 승을 올린 경험이 있는 투수로 채우게 됐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2013시즌 두산 선발진은 역대 최고가 될지도 모른다.
보통 한극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한 선발진을 구축한 팀으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중반을 호령했던 현대 유니콘스를 꼽는다.

1998시즌 현대는 정민태(17승), 정명원(14승), 위재영(13승), 김수경(12승), 최원호(10승)로 선발진을 구성하며 선발투수 전원이 두 자릿수 승을 거뒀다. 다섯 명 모두 규정이닝을 소화했고 860이닝을 합작했다. 당시 팀 평균자책점도 3.03으로 리그 평균 3.99보다 약 1점이 낮았다. 타고투저였던 2000시즌에도 현대 선발진은 빛났다.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 모두 18승을 올리고 195이닝 이상을 던졌다. 팀 평균자책점 3.64로 8팀 중 유일하게 3점대를 마크했다.
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산은 항상 선발진 구성에 애를 먹는 팀이었다. 2000년대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했음에도 선발진이 항상 상위 선발투수 몇 명에게 의존하면서 페넌트레이스 1위 등극에 실패해왔다. 2001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을 당시에도 선발진의 균형이 맞지 않아 최초로 선발 10승 투수 없이 정상에 오른 팀이 됐다.
그러던 두산이 2012시즌 노경은과 이용찬이 선발투수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선발 야구를 펼쳤다. 선발진이 8개 구단 1위인 총 811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은 3.57로 1위 롯데와 0.02점 뒤진 리그 2위에 올랐다. 선발진 퀄리티스타트 횟수 81회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선발투수들이 60%이상의 확률로 자기 몫을 한 것이다.
2달 전 홍성흔의 FA 영입에 대한 보상선수로 다섯 번째 선발투수 김승회를 내주면서 선발진 한 자리에 공백이 생기는 듯했다. 그러나 히메네스의 영입으로 이를 상쇄했다. 두산 선발투수 5명 모두 145km 이상의 공을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줄 안다. 또한 각자 투구 스타일이 다르고 결정구도 차이가 있다.
불안요소도 있다. 2009시즌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김선우는 지난 시즌 6승 9패 평균자책점 4.52로 부진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37살이 된 만큼 기량이 떨어지는 시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히메네스는 2010시즌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과 2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일본에선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라쿠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노경은과 이용찬은 이제 막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1년을 보냈을 뿐이다. 작년이 오버페이스였다면 올해 그 후유증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전망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작년 김선우는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5.36이었지만 후반기는 3.42로 양호했다. 시즌 초부터 불운도 겪었고 공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일단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당한 부상으로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구위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구종에 의한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가능성도 높다.
히메네스도 구단 내부에서 고심 끝에 데려온 만큼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이 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입 과정에서 라쿠텐 스카우트를 맡았던 송일수 2군 감독이 히메네스의 컨디션에 대해 청신호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WBC 대표팀에 승선한 노경은과 이용찬은 국제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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