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피칭으로 삼진 잡겠다".
LA·다저스 류현진(26)은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와 맞대결에 대해 "첫 대결에서 기선제압이 중요할 것 같다. 첫 승부에서 전력 피칭으로 삼진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다저스와 양키스는 리그가 다르지만 인터리그에서 전반기와 후반기 2연전씩 총 4차례 맞붙는다. 류현진-이치로의 한일 자존심을 건 투타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다.
일본 간판 스타답게 이치로는 쉽게 볼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및 국제대회에서 이치로는 한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정말 잘 쳤다. 가히 '한국 킬러'였다. 메이저리그-국제대회 성적을 종합하면 90타수 33안타 타율 3할6푼7리. 볼넷 8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더하면 출루율은 4할2푼4리에 달한다.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이치로는 한국인 투수들과 총 61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54타수 19안타로 타율 3할5푼1리. 볼넷 7개를 더한다면 출루율은 4할2푼6리에 이른다.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3할2푼2리, 출루율이 3할6푼5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 투수들에게 유독 더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박찬호와 35차례로 가장 많이 대결했는데 31타수 12안타 타율 3할8푼7리로 강세를 보였다. 서재응에게도 11타수 4안타 타율 3할6푼4리를 쳤고, 김병현에게도 4타수 2안타로 5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김선우로부터도 3타수 1안타 타율 3할3푼3리. 백차승과 류제국에게만 각각 3타수 무안타,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표본 자체가 많지 않다.
국제대회에서도 이치로는 한국전에 아주 강했다. WBC 한국전 8경기에서 36타수 14안타 타율 3할8푼9리 4타점. 2006년 WBC 한국전 3경기에서 12타수 5안타 타율 4할1푼7리를 쳤는데 4강전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며 한국을 울렸다. 2009년 WBC에서도 한국전 5경기에서 24타수 9안타 타율 3할7푼5리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결승타 포함 6타수 4안타 2타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봉중근이 이치로를 9타수 1안타 1볼넷으로 꽁꽁 묶었지만 이치로와 2번 이상 붙어 안타를 맞지 않은 투수가 없었다. 서재응·임창용·김광현 모두 WBC에서 이치로를 만나 2타수 2안타를 맞았다. 큰 경기에 강한 이치로의 강렬함을 알 수 있는 대목. 한국 투수들이 가장 넘기 힘든 벽이었고, 류현진이 이치로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과 이치로는 2009년 WBC 1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한 번 맞붙은 바 있다. 당시 1-0으로 리드한 8회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한 류현진은 이와무라 아키노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후속 타자 이치로에게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를 공략당해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곧바로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류현진으로서는 설욕이 필요하다.
류현진의 말대로 첫 대결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박찬호와 서재응은 이치로의 첫 대결에서 모두 안타를 허용한 후 이치로를 만날 때마다 고전했다. 표본은 적지만 백차승과 류제국은 첫 대결에서 이치로를 잡은 뒤 다음 대결에서도 안타를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말대로 이치로를 삼진 잡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메이저리그와 WBC에서 한국 투수들과 총 99차례의 승부를 벌인 이치로는 삼진을 7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박찬호와 서재응이 나란히 2개씩으로 가장 많이 잡았다. 한국 최고 '탈삼진 머신' 류현진이 이치로에게 얼마나 많은 삼진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도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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