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는 여전히 2인자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1.09 08: 24

[김대주작가의 사심 talk] 2012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박명수가 대상을 받았다. 그런데 1993년에 데뷔한 20년차 개그맨의 수상소감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한 번도 쉬지 않았습니다.’ 가 전부였다. 자신의 꿈이라고 까지 했던 ‘대상’, 그 ‘대상’을 받은 개그맨 박명수. 그러나 그는 아직도 자타공인 2인자일 뿐이다.
‘우이씨~’, ‘퐈이야~’, ‘야! 야! 야!’, ‘야! 뭘봐!’, ‘건방진 ○○○’, ‘됐지~?’
 20년차 개그맨 박명수의 유행어란 것들은 ‘버럭’과 ‘호통’에 관련된 것들뿐이다. 그리고 대표 프로그램이랄 것도 크게 없다. MBC직원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해 왔지만 ‘무한도전’을 제외하면 크게 히트한 프로그램이란 것도 없다.  박명수는 20년째 비슷한 콘셉트로 그저 그렇게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박명수가 받은 2012년 방송연예대상의 ‘대상’을 ‘개근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한 번도 박명수와 함께 프로그램을 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아는 박명수는 그냥 즐겨보는 KBS ‘해피투게더’와 MBC ‘무한도전’에서 보는 박명수가 전부일 뿐. 그래서 내가 보고 느낀 그는 열심히 노력하는 개그맨이 아니었다. ‘해피투게더’에서는 방송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특유의 말투와 개그감으로 유재석의 뒤에서 툭툭 말을 던지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개그맨. 그리고 ‘무한도전’의 수많은 기획들 속에서는 2인자를 표방하며 1인자인 유재석을 따르다가도 어느 순간 1인자를 넘보며 항상 본인의 욕심만을 채우는 개그맨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무한도전- 어떤가요’ 속 박명수의 낯선 모습
 최근 ‘무한도전’에선 박명수가 평소 꿈이라고 했던 작곡가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박명수의 어떤가요’라는 기획을 선보였다. 그런데 그 두 번의 방송을 통해 보여준 박명수의 모습은 이전에 내가 알던 박명수가 아니었다. 박명수가 중심에 있었던 이 기획에서 그는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는 개그맨이었다. 3개월 간 작곡을 배우기도 하고 몇날몇일을 고민하며 음악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모든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굉장히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과 그 멤버들의 힘이 컸지만 그 안에서 보여준 박명수의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2인자를 자처한 이상한 개그맨
 박명수는 진행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그리고 박명수는 대중적인 호감의 개그맨이 아니다. 대상을 받긴 했지만 아직은 현재 연예계에서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경규,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등과는 비교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그는 본인이 자처한 대로 자타공인 2인자 개그맨이다. 그러나 1인자와 2인자는 서열의 순서가 아니다. 그저 그 역할에 대한 차이를 말해줄 뿐이다. 1인자가 앞에 서서 이끌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2인자는 그 뒤에서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단지 그 차이일 뿐이다. 누가 더 앞서 있고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명수만큼 한결같고 뚜렷한 캐릭터의 개그맨도 드물다. 그런 그가 ‘무한도전- 어떤가요’를 통해 새로운 옵션을 장착했다. 평소 1인자들에게만 발견했던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어쩌면 2013년은 박명수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1인자로의 도약이 아니라 ‘1인자의 DNA’를 품고 1인자보다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유일무이한 2인자 캐릭터 박명수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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