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주 “‘사랑했나봐’ 찌질남, 내가 ‘넝굴당’ 가짜귀남”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1.09 08: 53

“김영란 선생님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사랑했나봐’에 연달아 출연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제가 같은 사람인지 잘 모르셨대요. 하하하.”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가 아침마다 주부들의 일손을 놓게 만들고 있다. 현재 이 드라마는 시청률 10% 중반대를 안정적으로 기록 중이다. 드라마 인기의 중심에는 소심하다 못해 다소 ‘찌질한’ 주현도 역의 황동주(37)가 있다.
현도는 우유부단하고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지만 다소 귀여운 까닭에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현도 역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지난 해 시청률 40%를 넘기며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가짜 귀남으로 시청자들의 미움을 샀던 배우라는 것을 아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그만큼 황동주는 각기 다른 두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오죽하면 두 작품에서 그와 함께 연기한 중견배우 김영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는 후문이다. ‘사랑했나봐’ 카메라 감독 역시 그를 보며 하루에도 수번씩 얼굴이 바뀐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말 천의 배우가 따로 없다.
황동주가 연기하는 현도는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성격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지 못할 속내까지도 다 쏟아내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황동주는 솔직한 현도를 연기하면서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 역시 보통의 사람들처럼 타인을 배려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성격이다.
“악역이라서 대중에게 각인될까봐 걱정이 되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캐릭터가 정말 좋기 때문에 만족해요. 이 나이에 귀엽게 보이는 게 되게 어려워요.(웃음) 주변 분들이 밉지만 동정심도 드는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동정을 부르는 얼굴인가요?(웃음)”
 
사실 ‘사랑했나봐’는 지독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전개로 ‘막장 드라마’라는 꼬리표를 일찌감치 달았다. 오죽하면 억지스러운 전개 탓에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황동주는 “교훈적인 드라마도 있겠지만 우리 드라마에서 한두 가지 요소만 빼면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막장 논란에 대해 담담히 말했다.
그는 “요즘 기사들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지 않나”라고 반문한 후 “막장 드라마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드라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3년간의 공백, 불면증에 시달렸다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는 어느 배우들이 그렇듯 황동주도 이 드라마에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일주일 중 5일은 촬영이 있다. 나머지 이틀마저도 대본을 보느라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물론 쉴 수 있지만 작품을 위해 대본을 보는 것이 마음에 편하다.
그는 쉬는 날 없이 작품에 임하고 있어도 요즘 같이 행복한 날이 없다고 싱글벙글 웃는다. 직업적인 권태기가 오면 3년을 쉬어보는 것도 좋다고 넉살 좋게 권한다. 바쁜 촬영으로 감기를 달고 살고,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을 정도로 몸상태는 좋지 않다. 그래도 연기하는 게 좋단다. 의도하지 않은 3년간의 공백은 배우 황동주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는 “예전에는 일의 소중함을 잘 몰랐었다”면서 “아침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변신을 시도하고자 몇 작품을 거절했더니 그 이후로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1년간의 공백이 있은 후에는 더 좋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작품을 기다리다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연기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성격도 변했다. 내성적이었던 그는 좀 더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공백기 동안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던 그다. 황동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극도로 예민해진’ 시기였다. 약을 먹고 겨우 잠이 들 정도로 불면의 고통을 겪었다. 신기하게도 이번 작품을 시작하자마자 불면증이 싹 사라졌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연기를 해야 하는 천상 배우다.
“쉬고 나니까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비중과 상관없이 작품을 한다는 게 좋고 드라마가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해요. 예전에는 드라마 1편 끝나면 무조건 쉬었는데 이젠 안 쉴 겁니다. 매니저에게도 계속 작품을 할 수 있게 채근하고 있어요. 저 계속 일할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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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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