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5) SK 감독이 멋쩍게 웃었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팀 내 어린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 잘못을 되새기며 새롭게 나아가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올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서다. 4번 타자 이호준과 잠재력 있는 타자인 모창민이 NC로 떠났고 마무리 정우람은 군에 입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이스 김광현의 재활, 최대 기대주였던 이재원의 부상, 외국인 선수 덕 슬래튼의 이탈 파문까지 수많은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 이 감독의 고민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신진세력의 성장이 더디다는 것이다. SK의 주전 라인업은 3~4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주축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만큼 새로운 피의 출현도 뜸했다. 이대로라면 당장은 버틸 수 있어도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SK가 올 한 해 화두를 ‘육성’으로 잡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감독은 자신의 잘못도 있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은 “퓨처스 감독으로 있을 때는 당연히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런데 1군 감독이 되고부터는 그러지를 못했다”고 했다. 당장의 성과가 있어야 하니 그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이 감독은 “성적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린 선수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이 감독의 눈에 다시 어린 선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단은 팀 상황이다. 공백을 메워야 하니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을 눈여겨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감독은 “자연히 밑에 있는 선수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더라”라고 했다. 경기장에 나와 신진급 선수들의 연습 과정을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격려하기도 했다.
선수들도 화답했다. 요새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이 감독은 “마무리훈련에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확인했다. 티배팅을 하는 것만 봐도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눈빛도 달라졌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눈치가 더 빠르다. 이 상황이 자신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고 흐뭇해했다.
이 감독은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도자로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코칭스태프에게도 “우리 팀에는 천리마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백락이 되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보며 용기를 많이 얻는다. 새로운 인물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향후에도 SK가 명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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