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작전타임] '여제' 장미란, 이제는 ‘내려놓을 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1.10 07: 12

평생 ‘들어올리기’만 하던 이에게 ‘내려놓기’는 어떤 의미일까. 300kg에 달하는 무거운 바벨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던 ‘역도 여제’ 장미란(30, 고양시청)은 이제 그 무게를 고스란히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장미란은 10일 오후, 지난 14년간 걸어온 자신의 역도 인생을 마감하고 현역에서 물러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다. 23일 무렵에는 은퇴식도 가질 예정이다. 현역에서 물러나 은퇴 이후 학업과 장미란 재단에 온 힘을 쏟겠다는 뜻도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안간힘을 쓰며 들어 올렸던 바벨의 무게만큼이나, 내려놓는 과정도 한없이 무거웠다. 그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비단 역도계만은 아니었다. 팬들도 설마했던 ‘로즈란’의 전격 은퇴 소식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상 은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잦은 부상과 교통사고로 인해 몸은 만신창이었고, 신예들의 도전은 거셌다. 장미란이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하지만 장미란은 묵묵부답으로 그저 최선을 다해 도전을 이어갔다. 런던올림픽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전히 국내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미란이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생활을 연장해야한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한국 역도계는 아직 장미란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 역도계에서 장미란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다. 한국이 배출한 세계 정상의 역사 장미란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최중량급인 75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세계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05~2007년 세계선수권을 3연패한 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독주 체제를 갖췄고 한국 여자 역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여기에 2009년 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마저 휩쓸며 4연패에 성공한 장미란은 2012년 평택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한 ‘역도 여제’로 군림했다.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전국체전 10연패를 달성하는 등 국내에서는 여전히 적수가 없는 그였다. 보내야하는 이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미란의 결심은 단호했다. 깊고 오랜 고민 끝에 어렵사리 내린 결정이다. 미래에 대해서도 확고한 결심이 있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운동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목표를 이룬 장미란은 미련도 후회도 없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자 하고 있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는데 자신의 젊음을 바쳤던 장미란은 이제 자신이 들어 올렸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을 때를 맞이한 셈이다.
정상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떠나는 것이 역도 선수로서 장미란이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내려놓기일지도 모른다. 역도 선수에게 있어 내려놓기란 인내와 노력의 극점에서 이루는 해방이자 가장 극적인 마무리다. 이를 악물고 바벨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는 순간 그가 느꼈던 해방감과 희열이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기를 바라며, 장미란의 ‘내려놓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costball@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