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감독과 불펜코치의 대화창구는 덕아웃과 불펜에 각각 위치한 유선전화였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로 대화하는 ‘스마트한’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8일(현지시간) T-모바일과 통신분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MLB는 향후 3년간 T-모바일과 손을 잡고 경기장 내외에서 마케팅 및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T-모바일은 유럽 최대 통신회사 도이치텔레콤의 자회사로 미국에서는 업계 4위를 달리고 있다. 계약 규모는 3년간 1억2500만 달러(1326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덕아웃과 불펜의 소통 방식이다. 이번 협약으로 덕아웃과 불펜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쉽게 말해 감독과 불펜코치가 ‘스마트폰’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 유선전화 시스템이 구축된 후 80여년 만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통신은 4G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다른 무선 주파수와의 혼신을 막기 위해 고유의 주파수가 제공돼 깔끔한 통화품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MLB 사무국과 T-모바일의 설명이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덕아웃이나 불펜을 벗어날 경우 휴대전화는 사용할 수 없다.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과 불펜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터진 사건도 있었다.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와의 2011년 월드시리즈 5차전이다. 당시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마이크 나폴리의 타석 때 마무리 제이슨 모테를 올리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8회 시작 전 불펜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모테는 몸을 풀지 않았다.
결국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갈 것으로 보였던 마크 젭친스키가 나폴리에게 결승타를 허용했다. 당시 라루사 감독은 “시끄러워서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하며 실수를 인정했다. 변명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통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아있다.
한편 ESPN은 덕아웃에서 사용할 휴대기기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S3’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다만 기존의 유선전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팀을 위해 남겨둔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MLB와 T-모바일은 관중들의 경기장 내 통화 품질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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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모바일 공식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