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CG 역사 바꿨다"..현장 직접 가보니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1.10 08: 12

[OSEN=정유진 인턴기자] 한국 CG(computer graphic)기술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비교한다면? 영화 '타워'의 CG를 담당한 시각효과(VFX) 회사 '디지털 아이디어'를 방문한 취재진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었다. 의문을 가질 만 했다. 영화 '아바타'의 화려함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워'를 보고 나면 '저건 어떻게 촬영했나'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타워'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최재천 감독은 9일 경기도 일산 '디지털아이디어'에서 열린 '타워'의 제작 설명회에서 "할리우드랑 비교해서 우리나라 수준을 단순히 수치상으로 할리우드의 몇 프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획 자체의 스케일과 내용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배틀을 붙으면 분명히 한국 아티스트가 이긴다고 말 하겠지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할리우드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나 환경적인 부분이 역사도 오래돼서 튼튼하다.(우리나라 영화CG의 경우)소프트웨어 기획력은 떨어지지만, 결과물의 70-80%는 따라잡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의견을 밝혔다.

한국의 CG기술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영화를 보며 전문가들도 CG와 실사 촬영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다. 최 감독 역시 감각적-기술적으로 뛰어난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실제로 '디지털 아이디어'에는 할리우드의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다 온 아티스트들이 있다. 부족한 부분이라면, 감독의 말처럼 R&D팀과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의 기획력과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자본력이다. 
‘디지털 아이디어’는 2010년 세 개의 주요 회사가 합병돼 만들어졌다. 세 회사의 역사를 합쳐보면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약 250편의 국내외 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대표작으로는 '올드 보이', '태극기 휘날리며', '친절한 금자씨', '국가대표', '놈,놈,놈', '마이웨이' 등 영화가 있다. '타워'의 경우 150명의 인력이 1년 6개월 동안 후반작업을 맡아 완성했다. 영화의 총 3000컷 중 2/3에 해당하는 1700컷이 CG효과를 거쳤다. 보통 한국영화에서는 300-400컷의 CG효과가 들어가는 것에 비교해 보면 '타워'에서 CG효과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원본 소스 없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풀(full)3D(3차원)로 촬영된 컷만 150컷이다. 한국 영화에서 풀3D는 100컷이 넘어간 적이 없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영화의 프롤로그 부분, 눈부신 고층건물 타워스카이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최 감독은 "이 숏에서 CG무너지면 영화 전체 CG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1년 동안 뒤의 공간에 있는 것들을 촬영 데이터 없이 전부 다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통해 실재하지 않는 초고층 건물 스카이타워는 영화를 통해 감쪽같이 여의도의 중심에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항공촬영이 쉽지 않은 여의도의 여건 상 주변 건물들은 삼성동이나 잠실 일대를 촬영해서 따온 것들이 많았다. 타워스카이 주변 차도를 달리는 차들,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한강에 얼어 있는 얼음 등 디테일한 부분들을 세세하게 다 살려냈다. 관객들이 명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해도 본능적으로 세밀한 부분이 구현돼 있지 않으면 가짜라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그는 '타워'의 대표적 명장면 중 하나인 '곤돌라 장면'과 '구름다리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불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층건물 외벽에서 흔들리는 곤돌라를 타고 건물로 뛰어내리고,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연결된 부서지기 직전의 유리다리를 건너는 인물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은 한 마디로 '배우들만 실사'였다. 배우들은 안전한 세트에 설치된 곤돌라에 올라타거나 유리 다리에 올라서 연기를 했고 나머지는 디지털로 표현됐다.
특히 호평을 받고 있는 유리 다리 시퀀스는 수없이 많은 반복 작업을 거쳐 질을 높였다. 최 감독은 이에 대해 "사이즈나 앵글은 할리우드 영화보다 작을 수 있지만, 뛰면서 (유리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은 잘 나왔다"라며 "아티스트가 하나하나 움직임을 준 것은 아니고 프레임과 유리에 감정을 심어 넣어서 자동적으로 시뮬레이션이 되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CG작업을 하며 웃지 못 할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타워'의 CG팀은 촬영 후반 작업 뿐 아니라 여건상 재촬영이 불가능한 장면들을 살려낸 작업들도 했다. 영화의 후반부 소방대장 강영기 역을 맡은 설경구가 부인과 통화를 한 뒤 휴대폰을 끄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감독에 의해 ‘오케이’ 사인이 난 화면 안에는 작은 옥에 티가 있었다. 휴대폰을 껐음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고 그대로 켜져 있었던 것. 배우에게도 감정적으로 집중이 필요한 연기였고 상황적인 여건도 여러 번 찍을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CG팀은 휴대폰의 불빛이 꺼지는 장면을 CG로 처리하는 작업을 한 달간에 걸쳐 완성했고, 자연스러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후반작업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장 촬영이 수월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CG팀이 영화를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CG와 실사의 경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물론 실제로 표현하는 게 감정적인 부분에서 배우들의 연기나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전달력 면에서 더 좋다. 그러나 ‘타워’와 같이 난이도나 위험도가 높은 영화들은 실사로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비용의 면에서도 실사가 확실히 더 막대하게 든다.
타워스카이에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장면의 제작과정을 설명하며 최 감독은 “가장 우려스러웠던 컷들이었다. '퀄리티'의 의심을 많이 들어 그 부분에 대해 영화 촬영 전부터 고민하고 준비했다. 노하우가 뭐냐고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노하우가 어디 있나. 노하우는 없다. 그냥 계속 반복해서 그려보고 그려보는 게 노하우다”라며 감쪽같은 ‘타워’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없이 반복했던 노력을 알렸다.
이 회사의 최종적인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이다. 현재는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용문비각’, ‘차이니스 조디악’ 등 중국 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다. 중국은 무술이나 액션으로 영화가 발달됐기 때문에 중국 프로젝트를 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룡의 영화 ‘차이니스 조디악’의 경우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흥행중이다. 이렇게 해외진출을 노리는 이유는 국내시장에는 영화를 비롯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규모의 시각효과 회사가 존재해 공급이 수요보다 두 배쯤 높기 때문이란다.
시각효과를 창조해내는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공대 쪽 전공자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미술 쪽 전공자들이 주고 그 외에도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다. 최 감독 역시 미술을 전공한 1세대 CG 감독이다. “타워를 통해 150명이 CG역사를 바꿨다라고 생각한다”라며 설명을 마친 그는 한국 시각효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불과 4-5년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던 기술들이 지금은 실현됐다. 지금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들이 언제 가능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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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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