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72)한화 이글스 감독과 김시진(55)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염경엽(45)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올 시즌이 팀을 맡아 지휘하는 첫해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소속팀을 10번이나 우승시킨 명장과 약체팀을 이끌며 리빌딩에 매진해온 중견 감독, 이제 막 감독으로서 첫 발을 떼려 하고 있는 초보 감독은 서로 다른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만 처음 지휘봉을 잡은 해 팀을 상위권 성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은 똑같다. 세 감독이 최근 팀의 개혁 의지를 드러낸 점도 비슷하다.
▲ 나란히 팀 체질 개선 나섰다

김응룡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신경현, 외야수 김경언을 제외하며 세대 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신인선수는 무려 7명이나 캠프 명단에포함됐다. 현저하게 적은 선수층을 '키워쓰기'로 보완하겠다는 의미. 실용적으로 변한 한화는 올해 시무식 등 신년 행사를 모두 생략하며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김시진 감독 역시 팀을 맡자 마자 김주찬, 홍성흔 등 팀의 주축 선수가 FA로 떠났다. 김 감독은 보상 선수를 예상외로 모두 투수로 뽑으며 리빌딩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 '젊은 피'가 부족했던 롯데에 무한 경쟁을 선포하며 팀 개혁에 나섰다. 몸상태가 부족하면 무조건 캠프 명단에서 빼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염경엽 감독은 젊은 선수가 많은 팀에 '관리 야구'를 택했다. 넥센은 겉으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훈련방식 하나하나를 바꿔가며 섬세한 야구를 추진하고 있다. 평소 데이터를 중시하는 염 감독은 투수들에게 '훈련 일지'를 쓰게 하고 타자들 각자에게 자신의 스타일과 역할에 맡는 훈련 방법을 제시하는 등 팀의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각각 다른 커리어와 스타일
박찬호, 류현진, 양훈 등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약한 전력이 더 약화된 한화지만 김응룡 감독의 능력은 플러스 알파를 해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는 1982년 원년 6개팀 중 통합 승률 4위에 머물렀던 해태를 이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탈바꿈시켰다. 2001년 삼성으로 옮긴 뒤에는 2002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김시진 감독은 처음 롯데에 선임될 때부터 "리빌딩 능력을 기대한다"는 구단의 주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넥센 감독을 맡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수의 유망주들을 키워낸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롯데는 다르다. 이미 스타급 선수가 즐비하고 그에 따른 기대도 크다. 김 감독은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염 감독은 다른 감독에 비해 경력 면에서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가 평소 공부하는 스타일이라는 것과 지난해 넥센에서 코치를 지냈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염 감독은 감독 선임 후 10년간 팀의 성적 분석에 들어갔다. 염 감독은 "65명 선수 한명 한명에게 자기 역할을 주겠다"며 선수 연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부여받은 세 명의 감독이 각자의 팀과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뤄낼지 궁금해진다. 김응룡 감독의 뚝심, 카리스마가 모든 팀에 만만하게 보이고 있는 한화의 발톱을 세울 수 있을까. 김시진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팀의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높일 수 있을까. 올 시즌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점은 '감독과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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