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 퍼즐을 맞추는 짜릿한 유희..마력의 영화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1.10 09: 03

'타인과 내 삶은 연결돼 있다'
불가의 윤회사상을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앤디&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감독, 9일 개봉)는 지금의 내가 나만이 아니고, 현재의 네가 과거의 누군가였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한 작은 행동이 남의 운명을 바꾸고, 내가 우연히 맺은 인연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19세기부터 약 500여 년 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대서사로 관통,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1849년 태평양 항해, 1936년 벨기에 ~영국, 1974년 샌프란시스코,  2012년 현재 영국 런던, 문명이 파괴된 미래의 지구. 초반에는 과연 이 동해 번쩍 서해 번쩍 하는 여섯 개의 이야기가 어떻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할까 궁금하고 의심스럽기까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뿌연 메시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이것은 퍼즐을 맞추는 짜릿한 유희와도 같다.
영화의 장점은 도저히 숲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나무 이야기가 하나의 영화 전편으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줄 만큼 영화적이고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래국제도시 네오 서울의 모습과 한국배우 배두나의 비중 높은 열연, 짐 스터게스의 한국인 분장 등은 이 영화가 동양 사상만큼 한국과의 연결성을 보여주기에 단순한 외화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여기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톰 행크스, 능글능글한 악당 휴 그랜트, 당찬 여기자부터 미래 프레션트 족까지 그야말로 팔색조 연기를 보여주는 할 베리, 표정만으로도 사람을 제압하는 휴고 위빙, 여기에 연기되고 외모되는 영국 훈남들 벤 위쇼와 짐 스터게스 등의 배우들의 열연은 그야말로 연기 올림픽이라도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2004년 발간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영국의 작가 데이빗 미첼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책 자체도 지적 유희의 수준이 높은데 영화가 이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시공간을 오가며 퍼즐 맞추는 영화의 형식과 지적 유희에 대한 만족도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셉션'이 액션물이었다면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가슴을 저미는 멜로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생과 사의 수많은 문들을 통과하며 500여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보다 강력한 에너지로 순회를 거듭하는 것은 없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에 대해 '꿈 같은 마력이 있다'라고 표현했는데, 잔상이 남을 만한 눈물겹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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