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책 ‘천연화장품 DIY’ 읽어보니 ... 나만의 화장품 찾는 것 중요해
몸이 아프면 약국에 가서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듯, 내 피부 고민에 따른 맞춤식 화장품이 있으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이미 천단위에서 만단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화장품 홍수의 시대에서 내 피부에 꼭 맞는 화장품과 인연을 맺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직접 내 피부에 꼭 맞는 맞춤식 화장품을 만들면 어떨까. 이왕이면 몸에 해롭다는 방부제, 색소, 향료 등의 화학성분을 쏙 빼버리고, 천연 추출물을 이용해 더 건강하게 말이다.
12월 첫 선보인 책 ‘천연화장품DIY'의 저자 민중기는 나만의 화장품 만들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처음 시작할 때는 냉장고에 있는 우유나 과일 등을 이용해 간단한 팩 만들기부터 시작하여 재미를 들여가라고 조언한다. 때문에 화장품 성분, 용어 등에 문외한인 이들도 화장품 만들기가 참 별거 아니라고 느끼게 만든다.
저자 민중기는 8년째 화장품과 인연을 맺고 있는 남자다. 2006년 ‘웰빙녹차화장품’을 설립한 뒤, 2008년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시작되면서, 그에 발맞춰 천연화장품 쇼핑몰 ‘시드물’을 개설한다. 그는 “성분이 공개되고 나서 화장품의 가치를 볼 때 브랜드보다 그 안의 내용물을 신뢰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에 천연화장품 DIY문화가 시작됐다”고 전한다.
화장품의 기본은 좋은 성분이다. 저자 역시 화장품 전성분을 확인해 그것의 품질을 판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전성분을 확인해도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한 브랜드의 전성분을 예로 들며 각 성분이 들어간 이유와 피부에 좋고 나쁜지를 서로 다른 컬러로 표현해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한다.
덧붙여 화장품 만들기 전에 먼저 본인의 피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체와 피부의 관계, 피부에 대한 상식, 피부고민(주름, 모공, 기미, 잡티 등)의 원인, 피부타입 체크표 등을 책의 3분의 1정도 분량으로 제시하며, 이해를 돕는 워밍업 시간을 갖는다.
화장품 만들기 전 과정은 저자의 지난 8년간의 숨은 노하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천연화장품 만드는 과정을 음식 조리과정에 비유해 ‘레시피’라 표현하며, 재료와 도구, 만드는 방법 뿐 아니라 원리까지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가 얼마나 천연화장품을 몸소 실천하느냐하는 점은 ‘냉장고 속 재료를 활용한 뷰티 레시피’에서 엿볼 수 있다. 여름철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위한 긴급 처방을 위해 에스테틱 대신 냉장고 속 보물을 찾아보라고 한다. 우유, 바나나, 시금치, 감자, 다시마, 율피, 오이, 달걀흰자, 레드와인, 홍삼을 추천하며, 각 재료의 특징과 어떤 피부증상에 사용하면 좋은지 전하고 있다.
단, 재료의 특성에 따라 오히려 유통기한이 지나야 피부에 효과가 있는 것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전한다. 우유를 각질제거용으로 사용하려거든 1~2일 정도 지나서 천연성분 AHA(아하)가 생겼을 때 사용해야한다고 귀띔했다. AHA는 사탕수수, 오렌지, 레몬 등의 과일에 많이 함유된 성분이다. 표피에 쌓인 각질을 떨어지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과일산’이라 불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천연화장품 DIY쇼핑몰의 CEO인 만큼 다채롭고 풍부한 화장품 만들기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쇼핑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제품들로 한정됐다는 점. 때문에 이 책의 지식을 가지고 응용하여 이것저것 새로운 화장품을 만들어보는 것은 다소 난이도가 높겠다. 그럼에도 이 책은 화장품 만들기에 첫 발을 디딘 초보들의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우미디어 펴냄. 227쪽.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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