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슬램덩크’와 ‘드래곤볼’, ‘유유백서’ 등이 나오며 일본만화는 말 그대로 절정기를 달리고 있었고, 한국 만화 역시 ‘영챔프’등 다수의 만화 잡지가 창간되는 등 한참 성장하던 시절이었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협객 붉은매’나 ‘비트’ 등도 이 시기의 작품들이다.
한국 만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열혈강호’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전극진, 양재현 두 작가가 힘을 합쳐 1994년 첫 연재를 시작한 ‘열혈강호’는,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주로 다뤘던 기존의 무협만화와는 달리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무협만화는 복수 등의 무거운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열혈강호’는 달랐다. 한비광이라는 주인공은 늘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진지한 분위기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만다. 독자로 하여금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 게 만드는 강력한 캐릭터는 ‘열혈강호’ 만화의 인기뿐 아니라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화 원작의 인기에 덩달아 게임까지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열혈강호’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이 됐다.

1994년 첫 연재 이후, 지난 20여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열혈강호’가 2013년 다시 한 번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원작은 끝나지 않았지만 열혈강호 온라인이 서비스 된지 9년 만에 30년 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후속작 ‘열혈강호2’를 내놓는다
첫사랑이 다시 찾아 온 것 같은 두근거림인 '열혈강호2'. 공개 서비스를 앞둔 지금 개발팀 만큼 바쁜 열혈강호의 두 아버지 전국진 양재현 작가를 만나봤다.
- 최근 열혈강호59권이 발행됐다. 요즘 근황을 좀 들려준다면 .
▲ 전극진 작가(이하 전작가)= 열혈강호 연재와 함께, 2년 전부터 다음 웹툰으로 ‘브레이커2’라는 작품을 연재 중입니다. 여전히 마감에 쫓기는 삶이죠.
▲ 양재현 작가(이하 양작가)=저도 매달 두 번 있는 연재 마감이 늘 있고요, 최근에 열혈강호2 관련 작업과 모 기업과의 열혈강호에디션 의류 작업에 들어갈 일러스트작업 등으로 정신 없이 살아갑니다.
- 두 분이 바라보시는 게임 '패키지 열혈강호', '열혈강호 온라인'’과 '열혈강호2'의 다른 점(개성)은 무엇인지.
▲ 전작가 = 각각의 개성이 있죠. 열혈강호 패키지 게임은 하나로 완성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죠. 열혈강호 온라인은, 여러 명의 유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다 보니, 스토리 보다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가볍고 밝은 이미지와 분위기에 충실한 작품이었던 것 같고요. 열혈강호2는 두 작품에서 장점만을 취한 작품이 아닐까요? 이미 존재하는 원작을 베이스로 새로운 세계의 스토리를 만들면서도 많은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들로 만들어졌으니까요.
▲ 양작가 = 저도 동감합니다. 그림작가 입장에서는 패키지 게임 캐릭터 팔이 너무 길었던 게 맘에 걸렸죠. 열혈강호 온라인은 패키지 게임보다 그래픽도 향상된 것 같네요. 열혈강호2는 8등신의 캐릭터로 만들어지다 보니 기존에 아쉬웠던 시원하고 리얼한 액션동작이라든지 그래픽 분위기 등이 원작과 연결선상에 있다는 느낌을 갖게 돼서 좋습니다.
- 열혈강호2 세계관은 원작만화로부터 30년 후 이야기라서 더 흥미롭다. 열혈강호2 세계관을 완성하실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 전작가 = 원작이 완결 나지 않은 상황에서 30년 후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스토리 작가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열혈강호 원작에서는 쓸 수 없지만, 새로운 세계에서라면 쓸 수 있는 재미있는 설정들이 등장하고, 그런 요소들이 원작의 스토리와 연계 된다면 재미의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원작과의 연계성과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 스토리상의 주안점이었죠.
▲ 양작가 = 원작 30년 후의 이야기라도 원작의 냄새를 배제하면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 버린다는 게 고민 이었습니다. 원작의 30년 후이니 복식이나 건물 소품 등은 더욱 세련되어 지는 게 정상이겠지만 그것이 너무 다른 디자인이면 기존 열혈강호 만화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준다는 거였죠.
원작의 느낌은 유지하되 좀더 화려한 의상으로 변형하고 원작과의 이질감을 줄이는 것. 그리고 좀더 열혈강호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차별화 또는 강점이 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 열혈강호2 개발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 전작가 = 많이 있습니다만, 가장 최근에 첫 번째 에피소드 영상 내레이션 작업이 기억납니다. 영상과 함께, 그 영상에 들어갈 대사 작업을 부탁 받았는데, 녹음 날짜가 정말 촉박했습니다. 마감을 하고 나서 보니, 만화 마감 하는 것보다 더 아찔했네요...
▲ 양작가 = 게임 원화팀과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자주 으르렁댔던 일이 많았습니다. 하하. 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강한 편이라 의도치 않게 상처도 많이 주고 힘들게 했거든요. 개발팀 토닥거려 주러 회식자리 만들었다가 결국은 제가 술 먹고 주사를 부리게 되는 상황이 됐답니다. 원화팀 여러분 마음만은 알아줘요.
- 열혈강호라는 브랜드가 탄생된 지 횟수로 20년이 됐다. 최근 59권 단행본도 출간되고 열혈강호2도 곧 출시 되어 ‘열혈강호’ 브랜드 파워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 들려달라.
▲ 전작가 = 벌써 20년 가까이됐네요. 저도 열혈강호를 시작하고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작품을 연재했음에도 여전히 신나게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아낌없이 사랑을 주시는 독자, 유저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양작가 = 맞습니다. 요즘 열혈강호가 3,40대 분들의 추억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첫사랑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과 같은 두근거림을 드릴 수 있도록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