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장미란, "지난 15년, 그리울 만한 소중한 추억될 것"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1.10 14: 59

한국 역도의 살아있는 역사 장미란(30, 고양시청)이 15년간 놓지 않았던 바벨을 내려놓았다.
'로즈란' 장미란은 10일 오후 고양시청 내 체육관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자리에는 최성 고양 시장 등 고양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장미란의 아버지인 장호철 고양시 역도연맹부회장과 어머니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장미란은 은퇴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5년의 역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어렵게 말문을 연 장미란은 "다른 선수들이 은퇴를 하면 울지 말고 쿨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앉게 되니깐 눈물이 난다. 선수라면 누구나 은퇴 시점이 돼 결정을 내릴 때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한다"며 "런던올림픽 후 전국체전을 치르면서 은퇴 고민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3개월 정도를 고민했고 결정을 내린지는 얼마 안됐다"고 밝혔다.

장미란은 "심사숙고했고 선수 생활 연장도 고민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겠다는 생각과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 마음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지 몸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을 때 자신이 없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장미란은 여자 역도 선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최중량급인 75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장미란은 2005~2009년(2008년은 베이징올림픽으로 열리지 않음) 동안 세계선수권을 4연패한 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평택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석권)의 위업을 달성하며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맛봤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목과 어깨 부상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아쉽게 4위에 그치며 눈물을 머금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10년 연속 3관왕(인상, 용상, 합계)에 오른 뒤 은퇴를 고민했다.
장미란은 향후 청사진도 밝혔다. "꿈은 스스로가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 무대에서 내려와 꿈을 준비하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임을 알았기 때문에 은퇴를 결정했다"는 장미란은 "인생 제 2막이라는 생각도 했다. 걱정과 두려웠던 시간이 지금 나에게는 너무 큰 기대로 가득하다. 용인대 박사과정과 함께 재단을 통한 사회활동,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미란은 자신이 이 자리에 있게 해주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메세지도 잊지 않았다. 장미란은 "선수생활을 돌아보면 함께 했던 선수들과 지도자,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준 가족들과 태릉 선수촌 식구들이 있어 늘 최고의 선수로 남을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미란은 이어 "지난 15년이 그리울 만한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아무 꿈도 없던 중3 여학생이 국민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체육인이 됐다"며 "특히 런던올림픽 실패 이후 보내주신 많은 응원과 격려는 내가 평생받아도 못 받을 사랑이었다.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감회에 젖었다.
장미란은 마지막으로 "역도 선수로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다. 이제 내가 받은 것을 재단을 통해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다. 비단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체육 활동이 주는 신체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며 "태릉 선수촌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서 꾸준한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역도가 부흥할 수 있도록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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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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