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의 살아있는 역사 장미란(30, 고양시청)이 15년간 들었던 바벨을 내려놓는 자리에서 푸른 청사진을 그렸다.
'로즈란' 장미란은 10일 오후 고양시청 내 체육관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자리에는 최성 고양 시장 등 고양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 고양시 역도연맹부회장과 어머니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장미란은 은퇴사를 발표하는 자리에 앉아 시작부터 눈물을 머금은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장미란은 "런던올림픽을 치르고 전국체전을 치르면서 은퇴 고민을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던 3개월 정도를 고민했고 결정을 내린지는 얼마 안됐다"며 "심사숙고했고 선수 생활 연장도 고민했다.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일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자신이 없었다"고 은퇴 배경을 밝혔다.

15년간 품었던 바벨은 내려놓았지만 역도계와 체육계를 위해 푸른 청사진을 꺼내들었다. "꿈은 스스로가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 무대에서 내려와 꿈을 준비하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임을 알았기 때문에 은퇴를 결정했다"는 장미란은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뀌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미란은 이어 "2008 베이징올림픽 때 문대성 위원이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그 전에는 이런 꿈이 없었는데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꿈을 키웠다"며 "IOC 선수위원이 된다면 스포츠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재단의 취지와도 잘 맞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을 갖추기 위해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장미란은 "아직 잘 몰라 많은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장미란은 또 용인대에서 받고 있는 박사과정과 함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 일에 본격적으로 매진할 것임도 밝혔다. 장미란은 "역도 선수로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다. 이제 내가 받은 것을 재단을 통해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다. 비단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체육 활동이 주는 신체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며 "태릉 선수촌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서 꾸준한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장미란은 여자 역도 선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 최중량급인 75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장미란은 2005~2009년(2008년은 베이징올림픽으로 열리지 않음) 동안 세계선수권을 4연패한 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평택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른 장미란은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석권)의 위업을 달성하며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맛봤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서는 교통사고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했지만 아쉽게 4위에 그치며 눈물을 머금었다. 장미란은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10년 연속 3관왕(인상, 용상, 합계)에 오른 뒤 은퇴를 심사숙고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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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