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고영욱 라리사, 한국 연예계와 성매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1.10 15: 34

[유진모의 테마토크] #1 지난 2009년 3월 7일 경기도 성남 분당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고 장자연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시 고인은 연예인 활동을 위한 성접대를 강요당해 힘들었다는 내용을 유서에 담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고 이 사건과 관련해 사회 유력인사들이 거론된 바 있는데 그 중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고인의 전 소속사 및 그에 몸담았다가 떠난 이미숙 송선미 그리고 전 매니저 등이 얽히고설킨 법정싸움으로 흐름이 바뀌어가며 잊혀지는 듯 했지만 재판부는 기필코 방 사장을 법정에 세우려는 모양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병철 주심판사는 “피고인이 사회적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일반인과 달리 볼 필요 없다. 법정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방 사장의 법정출두를 촉구했다.
 #2 성인 연극 ‘교수와 여제자 3 - 나타샤의 귀환’에 출연중인 라리사(30)가 이번에는 성상납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 출신의 라리사는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유명해졌으며 지난 대선 때는 ‘알몸말춤’ 공약을 지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라리사는 지난 9일 공연제작사 예술집단 참을 통해 “나도 성상납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 연예인이 되기도 전에 그 꿈을 포기하려 한 적이 있다”며 “나는 매춘부가 되려고 러시아에서 온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그녀는 “고 장자연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가 세상을 뜬 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시시비비가 일고 있어 같은 여자로서 분개한다. 이제 더 이상 고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더불어 “성상납은 한국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듯하다. 한국에서 여자연예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3 미성년자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출신 방송인 고영욱(37)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두했다. 그는 지난해 3월과 4월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18세의 미성년자를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와 더불어 지난 달 자신의 승용차에서 13세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에 고영욱의 사건들을 한데 묶어 수사토록 지휘한 서울 서부지검은 지난 8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영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 고 장자연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피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그에게 성상납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던 전 소속사 대표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럼으로써 이 사건은 그대로 억울한 한 신인 여자 연예인의 죽음을 희생양 삼아 묻히는 듯 했지만 끝내 한 사회 지도층 인사를 법정에 세울 전망이다.
 전 판결에서 보다시피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이 사건이 피의자를 가려내거나 가해자를 단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 나아가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조차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한국 연예계에 만연된 성상납 문제까지 완전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영욱의 사건이 그를 입증한다. 고영욱은 지난해 한 미성년 소녀에게 연예인으로 데뷔시켜 주겠다며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게 ‘폭행’이 아닌, 연예계 데뷔를 미끼로 한 ‘합의’였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면에서 고영욱은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아무리 쌍방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상대적 약자인 연예인 지망생이 18세의 법정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고영욱에게 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는 죄질이 더욱 나쁘다.
두 번째는 두 사람의 성관계가 사랑이나 결혼이 아닌 ‘조건부’였기 때문에 치졸하다는 점이다. 사장이 안정적 고용을 미끼로 여비서와 관계를 맺는 게 부적절하듯이. 이건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한 권력자의 ‘강간’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러시아에서 온 여자 ‘신예 연예인’ 라리사는 한국 연예계의 부끄러운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한국에서 여자 연예인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피비린내 나는 날것으로 드러냈다. 연예계 전체가 그렇다고 한꺼번에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 연예계에 성상납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성토하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장본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라리사라는 게 조금은 찜찜하다. 그녀는 정상급 배우로 등극한 스타도 아니고, 현재 극장상영용 장편영화나 지상파 드라마도 아닌 성인연극에 출연하고 있으며, 연극 홍보를 위해 투표율을 핑계삼아 알몸으로 말춤을 춘 이슈메이커다. 이번에 뜬금 없이 자신도 성상납을 제안받은 바 있다고 폭로하는 것이 별로 시의적절하지 못해 보이는 이유는 또 다시 홍보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앞선 성폭행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자신을 유명가수라며 판단능력이 흐린 13세의 어린 여중생을 차안으로 유인해 성추행한 고영욱의 행위는 지금까지 발표된 그대로라면 1000 개의 혀, 1만 개의 입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5 그렇다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최근 처음으로 나온 것은 때늦은 느낌이 짙다.
 최근 성매매 여성 A씨(41)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여부 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성행위는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착취나 강요가 없는 성인 사이의 성매매가 성풍속에 중대한 위험을 끼쳤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성인끼리의 성행위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형벌권 행사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위헌법률 심판 제청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예계의 성상납의 경우 돈이 오가건 그렇지 않건 그 행위 자체가 ‘특혜’ 혹은 ‘결정적 도움’을 성관계의 대가로 보증하는 것이다. 그것은 웬만한 화대 이상의 커다란 값어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성상납의 피해자도 처벌해야 할까?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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