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올해가 부담이 적다. 몸도 더 가볍다. 2013시즌은 더 잘 할 수 있다.”
LG 좌투수 류택현(42)의 야구 시계는 지금도 생생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시즌 만 41세의 나이로 복귀에 성공, 30경기 24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33으로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투수 최다인 841경기에 출장했고 이 기록은 2013시즌에도 이어진다. 보직도 플레잉코치에서 선수로 바뀌었고 등번호도 90번에서 선수시절 달았던 14번을 되찾았다.
류택현은 비시즌에도 매일 잠실구장을 찾으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일 구단에서 실시한 체력테스트도 가볍게 통과했다. 구단에선 400m 트랙 7바퀴로 테스트 합격 기준을 하향 조절했지만 류택현은 후배들과 함께 10바퀴를 18분대에 완주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투수임에도 신예 선수들처럼 새로운 구질도 개발하고 있다.

“체력테스트에 대비해 따로 러닝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4km 달리기 테스트를 한다고 하는데 부담되지 않더라. 충분히 18분대에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날씨가 추운 게 조금 걱정됐을 뿐이다. 올 겨울에는 기본적인 개인 훈련 외에 포크볼을 장착하려 하고 있다. 아직은 캐치볼 수준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확실한 구종이 필요한 참이었다. 제대로 공을 던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집중적으로 포크볼을 연마할 계획이다.”
2013시즌에도 류택현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불펜 필승조에서 팀의 리드를 지키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지난 시즌 안정된 제구력으로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는데 이러한 활약에는 자신 만의 확실한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2푼7리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3푼8리보다 낮았고 볼넷(8개)에 비해 탈삼진(15개)이 두 배 가량 많았다.
“2007년부터 타자와 상대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타자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눴고 이에 맞춰 타자들을 공략했다. 예를 들어 당겨 치는 스윙을 하는 타자와 짧게 맞추는 데 중점을 두는 타자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상대했다. 또한 다른 팀 경기도 꾸준히 지켜봤다. 계속 보다보면 타자마자 헛스윙 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나만의 매뉴얼이 생긴 것 같다.”
그러면서 류택현은 투수는 자신 만의 스트라이크 존과 투구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타자의 몸쪽 코스를 마음대로 던지는 게 투수에게 유리하다고 하지만 자신은 바깥쪽을 자유롭게 컨트롤해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류택현은 좌타자와 우타자 모두 바깥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데 지난 시즌에는 우타자 상대로 빠져나가는 싱커를 던져 효과를 봤다.
“투수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모든 투수들이 몸쪽 승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몸쪽은 타자의 존이다. 물론 흔히 말하는 꽉찬 몸쪽 공은 타자가 치기 힘들지만 그만큼 투수도 던지기 어렵다. 바깥쪽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게 내게는 더 중요하다. 물론 타자가 바깥쪽에 대비해 스탠스를 옮기거나 할 경우는 당연히 몸쪽을 던져 타자를 흔들어야 한다. 너무 능수능란하게 이곳저곳을 다 던지려고 하기보다는 자신 만의 확실한 스트라이크 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류택현은 오는 2013시즌에 대해 강해진 LG 불펜진이 장기 레이스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전망했다. 수준급 불펜 투수들이 많아진 만큼 경쟁 분위기가 조성돼 개인 기량이 향상되고 선발투수가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도 불펜이 버텨줄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자신도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
“정현욱 합류로 불펜진이 두터워져 1군 엔트리 경쟁도 치열할 것 같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선수들의 기량은 올라가고 팀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올 시즌도 주키치와 리즈 외에 선발투수가 나오는 경기에선 불펜이 길게 던질 확률이 높은데 이번에는 가용자원이 많아 서로 부담을 덜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작년보다 올해가 부담이 적다. 작년 이 맘 때는 어떻게든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고 전지훈련서도 서둘러 몸을 만들어 실전에 나가려했었다. 올해는 여유도 있고 몸도 올해가 작년보다 더 가볍다. 2013시즌은 더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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