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연봉협상, 사실상 손아섭만 남았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11 06: 58

함께 버티던 전우(戰友)들은 하나 둘 도장을 찍었다. 이제 롯데 연봉 미협상자는 단 3명만 남았다.
흔히 연봉협상은 구단과 선수의 전투로까지 비유된다. 구단의 제시액이 선수의 생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느다면 문제가 없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생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연봉협상 테이블은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구단의 무기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매겨진 고과산정표다. 그리고 선수의 무기는 개인적으로 준비한 자료, 여기에 협상 전략도 포함된다.
지난해부터 롯데 구단은 '첫 제시액이 최대치'라는 새로운 무기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선수들은 이제까지 해 오던대로 구단과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자 했지만 구단은 완강하게 버티고 첫 제시액 그대로 2차 협상, 3차 협상때도 내밀었다. 끝까지 버티던 대다수 선수들은 결국 구단 제시액에 그대로 사인을 했다.

10일 롯데는 핵심투수 3명과의 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우완 에이스 송승준이 1천만원 인상된 3억1000만원에, 주전 마무리 우완 김사율은 1억3000만원에서 46% 오른 1억9000만원에 사인을 했다. 불펜 핵심투수로 활약한 언더핸드 김성배는 6000만원에서 110% 인상된 1억500만원에 구단과 합의를 했다. 이들 모두 구단 최초 제시액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롯데는 전체 재계약 대상자 58명 가운데 55명과 계약을 마쳐 단 3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구단의 기본원칙은 22일 사이판 전지훈련 출발 전까지 전원과 사인을 하는 것. 이제 남은 선수는 포수 강민호, 내야수 황재균, 외야수 손아섭이다. 모두 팀 내 핵심전력이다.
일단 강민호와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강민호는 이미 구단에 연봉 백지위임을 한 상태다. FA 프리미엄도 걸려있기 때문에 구단이 자신의 연봉을 낮게만 책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던질 수 있는 승부수다. 지난해 연봉 3억원을 받았던 강민호는 119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3리 19홈런 66타점을 기록했기에 상승요인은 충분하다.
이에 구단은 강민호와의 협상을 맨 뒤로 미뤄놓은 상황이다. 황재균, 그리고 손아섭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은 뒤 편하게 최대어인 강민호와의 테이블을 펴겠다는 생각이다.
황재균도 구단과의 이견을 많이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황재균은 전 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7푼2리 4홈런 51타점 26도루를 기록했다. 장타력은 줄었다는 평이지만 핫코너인 3루를 지키며 전 경기 출장에 성공했고, 김주찬이 빠지면서 팀 내에서 가장 주루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됐다. 지난해 연봉 1억5000만원에서 인상된 금액으로 조만간 사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남은 건 손아섭이다. 올해 손아섭은 타율 3할1푼4리 5홈런 58타점을 기록,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를 2년 연속 수상했다. 또한 최다안타 타이틀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연봉은 1억3000만원, 올해는 팀 내 고과 1위로 뽑혔기에 확실한 인상요인을 두루 갖췄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손아섭과 롯데 구단은 액수에서 큰 생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2011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연차 때문에 구단 제시액 그대로 사인을 했던 손아섭은 올해만은 제 목소리를 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반면 구단은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도 있기에 손아섭의 요구액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작년 연봉 협상에서도 손아섭은 가장 마지막에 도장을 찍었었다. 당시 구단은 5000만원 인상된 1억3000만원을 제시했고, 손아섭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손아섭은 사이판 캠프 출발 직전인 1월 15일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었었다. 그때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자신의 의사를 관철 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는 손아섭이다. 2013년 롯데와 손아섭이 벌이는 '쩐의 전쟁', 이번에는 누가 승자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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