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방망이가 뜨겁게 달아 오를까. 올 시즌 삼성 타선의 최대 변수는 채태인(31)의 활약 여부다.
부산상고(현 개성고) 시절 특급 좌완 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채태인은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타자로 전향했다. 입단 첫해 타율 2할2푼1리(77타수 17안타) 1홈런 10타점 6득점에 불과했지만 8월 2일 대구 LG전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리며 당시 삼성 사령탑이었던 선동렬 KIA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선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채태인은 말뚝"이라고 할 만큼 기회 보장을 약속했다. 2008년 최형우(외야수), 박석민(내야수)과 함께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끈 그는 2009년 타율 2할9푼3리 17홈런 72타점 58득점, 2010년 타율 2할9푼2리 14홈런 54타점 48득점으로 주축 타자로서 제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잇딴 부상과 부진 속에 2011년부터 2년간 하향 곡선을 그렸다. 류중일 감독은 채태인이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 이승엽의 복귀 속에서도 개막전부터 4월 한 달간 1루수의 몫은 채태인이었다.
그만큼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거듭해서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기대 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새해 첫 훈련이 열린 9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류 감독은 "지난해 부진했던 채태인이 올 시즌 어느 만큼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작년처럼 이승엽과 채태인을 지명타자와 1루수로 번갈아 기용할 생각"이라고 못박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싸 안는 건 아니다. 류 감독은 "채태인의 부활이 숙제다. 이대로 새 시즌을 맞게 할 수 없어 본인에게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할 생각"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의미였다.
채태인이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삼성 좌타 군단은 더욱 막강해진다. 어느덧 중고참 대열에 합류한 채태인은 좀 더 독해질 필요가 있다. 타고난 재능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가 올 시즌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질주한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패 달성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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