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의 추격을 뿌리치는 묵직한 한 방이다. 수원시와 손을 잡고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뛰어든 KT가 예상을 뛰어 넘는 야구발전기금 규모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정황상 10구단 유치가 유력시된다.
KT는 지난 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프로야구 회원가입신청서(창단신청서)에 총 200억 원의 발전기금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청서에는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합해 50억 원 이상의 금액을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9구단 창단시 NC소프트가 낸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KT는 이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거액을 기입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반면 부영은 KT의 절반에 못 미치는 80억 원 수준의 발전기금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이 금액을 적은 이중근 부영회장은 “생각보다 많다”고 자평했지만 KT는 부영의 상식을 뛰어 넘는 금액을 베팅했다. 이 금액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비밀로 유지되다 10일 열린 양측의 프리젠테이션 때 평가위원들에게 공개됐다.

200억 원의 발전기금 규모는 KT의 10구단 유치 의사를 확고히 하는 상징적인 수치가 될 수 있다. KT는 지난 2007년 현대 인수전 당시 금액이 연고지 보상권을 합쳐 120억 원 수준까지 불어나자 인수를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평가위원과 이사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수준의 발전기금을 제시함으로써 굳건한 의지를 표현했다.
발전기금 규모는 일찍부터 전체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평가됐다. 양측의 유치신청서는 주로 미래를 내다본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현실적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발전기금 외에는 마땅치 않다. 이런 측면에서 KT의 발전기금 규모는 평가위원들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이사회에 빠른 결정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KT와 부영은 그간 서로의 장점을 앞세우며 팽팽한 논리대결을 펼쳤다. 프리젠테이션 준비 역시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점수가 비슷할 경우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부영을 압도한 KT의 발전기금 규모는 이사회의 유보적인 태도라는 시나리오를 일거에 지우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편 KBO는 10일 프리젠테이션 후 22명 평가위원들의 ‘채점표’를 밀봉한 채 보관 중이다. 이 자료를 11일 오전 9시 열릴 이사회에 제출한다. 이사회는 평가위원들의 점수를 참고로 해 10구단 창단 주체를 결정하고 총회에 승인을 요청한다. 이사회의 결론이 총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이르면 11일 오전 중으로 프로야구 10번째 심장의 주인공이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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