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똑같았다. 가장 중요하다는 선취점을 냈고 리드를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불펜이 힘을 발휘했다. 일찌감치 ‘대세론’을 만들며 앞서 나간 KT와 수원시가 결국 10구단 창단이라는 마무리에 다가서며 활짝 웃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 주체 심의 결과 KT와 수원시를 잠정 선정하고 총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부영·전북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사실상 10구단의 주인공이 된 KT는 2007년 이루지 못했던 프로야구단 운영의 꿈을 현실화했다. 인구 115만 명의 경기 남부 핵심 도시인 수원시도 현대 시절의 아픈 기억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KT와 수원시가 10구단을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규모다. 자산 총액 32조 원, 연 매출 28조 원(2011년 기준)의 공룡인 KT는 국민 생활에 대단히 친숙한 기업이다.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건설회사인 경쟁자 부영에 비해서는 훨씬 더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원도 인구만 550만 명 이상인 경기 남부라는 든든한 배후를 등에 업고 흥행논리에서 우세를 점했다.

두 번째는 발 빠른 행보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9구단 창단 당시부터 프로야구단 유치에 관심을 보였다. 9구단이 창원으로 향한 이후에도 정치권과 시민연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10구단 유치를 타진했다. 이 시간만 2년이다. 진정성과 준비 측면에서 전북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러브콜을 받은 KT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경기도로부터 프로야구단 유치 권유를 받은 KT는 내부 조율을 거쳐 지난해 11월 공식 창단을 선포했다. 부영·전북보다 한 달 가량 빠른 시점이었다. 가뜩이나 물리적인 ‘덩치’에서 앞서 있었던 KT·수원은 이 시간을 통해 서서히 대세론을 형성해 나갔다. 부영·전북이 맹렬히 추격했지만 이미 여론은 KT·수원으로 떠난 뒤였다.
세 번째는 현실적인 흥행논리였다. KT·수원은 유치전 내내 이 문제를 집요하게 부각시켰다.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층이 두꺼운 수원이 프로야구 흥행의 적임지라는 것이었다. 수도권 편중논란은 설득력 있는 ‘시너지 효과론’으로 맞섰다. 이는 장기적인 프로야구 발전을 바라봐야 하는 KBO 이사회와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원야구장 리모델링을 일찌감치 시작한 것, KT가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으로 부영(80억원)보다 훨씬 많은 거액의 가입금을 써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자칫 공약(空約)이 판을 칠 수 있었던 유치전에서 먼저 실천의지를 보인 것이 점수를 받은 것이다. 막판 거액을 베팅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이석채 KT 회장의 공도 절대적이었다. 반면 후발주자인 부영·전북은 활발한 여론전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결국 KT·수원의 탄탄한 전선을 뚫어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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