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의 살아있는 역사 장미란(30, 고양시청)이 바벨을 내려놓는 자리에서 역도계를 향해 꿈과 희망의 메세지를 던졌다.
'로즈란' 장미란은 지난 10일 오후 고양시청 내 체육관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눈물을 머금은 채 어렵사리 말문을 연 장미란의 모습에서 역도 여제의 이미지보다는 역도를 정말로 사랑하는 한 사람의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겼다.
장미란은 "개인적으로 고양시청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 정말 감사하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안팎으로 보살핀 가족들이 있었고 고양시청과 대한역도연맹이라는 울타리, 장미란 체육관을 지어준 고양시가 있었기에 불편하지 않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나를 부러워 한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속해있는 선수들이 나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든지 나보다 훌륭한 선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역도를 향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장미란은 이어 "태릉 선수촌에서 잘생긴 후배들이 밥을 사달라고 하면 기분이 좋았다"고 농을 던진 뒤 "그곳에서 연을 맺은 선수들은 역도계의 자산이다. 선수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 재단을 통해 노력할 것"이라고 푸른 청사진을 그렸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도 희망의 메세지를 전했다. "나도 자의로 역도를 시작한 것이 아니고 선생님과 부모님이 소질이 있다고 추천을 해주신 것이라 처음에는 역도가 싫었다"는 장미란은 "끝까지 역도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날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그림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주어진 시간들을 소홀히 하지 않은 덕에 이런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혼자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진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귀 기울여 듣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장미란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역도를 떠나 30대 여자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런던올림픽 이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올림픽이 끝난 뒤 내가 그 어떤 선수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특별한 게 없다. 꿈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재단 활동과 학교 공부(용인대 박사과정)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준비를 하려면 운동 선수가 아닌 30대 일반 여성으로 돌아가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해야 한다. 선수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굳은 각오를 보였다.
향후 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할 것임을 밝힌 장미란은 먼 미래에 준비가 된다면 지도자도 맡을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모든지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선수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장미란은 "준비가 돼야 할 수 있는 것이지 기회만 주어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일 준비가 돼있다면 고민해 볼 것이다"고 밝혔다.
바벨을 내려놓는 자리에서도 동료와 후배들을 향한 '꿈'과 '희망'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 장미란의 역도 사랑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며, 한국 역도계의 레전드 장미란의 발자취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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