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부영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논리보다는 현실론을 부각시키며 내실을 다진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11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KT·수원을 10구단 주체로 심의해 총회에 승인 요청했다고 밝혔다. KBO는 전날(10일) 자료 검토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점수를 매긴 평가위원들의 의견을 이사회가 그대로 받아 들였다고 덧붙였다.
KT가 10구단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영·전북의 명분론을 뛰어 넘는 자본과 흥행논리, 그리고 KT가 야구계에 불어올 새 바람에 대한 기대가 원동력이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22명의 평가위원이 채점한 총점에서 개인별 점수를 봤을 때 KT 쪽에 좋은 점수를 준 위원수가 많았다”라며 “KT의 지속적인 구단 운영 능력, 프로야구란 스포츠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구단 운영 능력은 사실상 자본의 힘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자산 32조 원, 연 매출 28조 원(2011년 기준)의 거대 통신기업인 KT가 부영에 비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포함해 향후 4~5년간 최대 1,00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KT의 거대 자본력은 평가위원들의 선택에 절대적인 신뢰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한편 프로야구란 스포츠 사업 기여는 KT가 내세운 ‘통신기술과 야구와의 접목’이라는 신개념이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발전기금으로 200억 원이라는 예상 이상의 거금을 내놨다는 점, 별도로 독립리그 창설 등 야구 발전에 기여하는 공약을 내놓은 점도 평가위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 요소들이었다.
이외에도 배후인구가 더 많은 수원이 안정적인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 야구 인프라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던 것 또한 고려대상이었다. 이에 비해 부영과 전북은 뒤늦게 여러 공약을 내걸었지만 시간의 한계에 부딪혔다. 유치 이후 구단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분석된다.
KBO는 이르면 다음주 중 총회를 소집해 이 안건을 최종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룹 총수들의 모임인 총회는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서면으로 의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9구단 NC도 이런 절차를 거쳤다. 이미 각 구단 대표이사들이 ‘회장님’의 뜻을 안고 이사회에 참석한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KT의 프로야구 입성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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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수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