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손에 쥔 KBO, 어디에 쓰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12 07: 02

야구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이었다. KT가 10구단 유치를 위해 200억 원을 내놓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가운데 이 금액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KBO는 지난 11일 2013년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평가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KT와 수원시를 10구단 창단 주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 같은 결과를 총회에 올려 승인을 요청했다. 이르면 다음주 중 열릴 총회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KT는 프로야구 10구단의 주인공으로 최종 결정된다.
KT가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자본이었다. 그 중심에는 200억 원에 이르는 야구발전기금이 있었다. 경쟁자였던 부영이 써낸 80억 원보다 120억 원이나 더 많은 금액이다. 2011년 9구단을 창단한 NC소프트가 내놓은 야구발전기금이 20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 사이에 무려 10배가 뛴 셈이다.

KBO 규정상 야구발전기금은 총회에서 최종 승인이 난 지 한 달 안에 납부해야 한다. KT라는 기업의 규모와 야구단 유치에 대한 의지를 살폈을 때 정상적인 납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예상치 못한 거액을 손에 쥐게 된 KBO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200억 원은 2013년도 KBO 전체 예산(199억5000여만 원)에 맞먹는 금액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이자수익만 해도 엄청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KBO는 이 금액을 말 그대로 ‘야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이다. KBO는 2007년 현대 사태 당시 곳간에 쌓아둔 발전기금을 거의 다 소모했다. 신규 사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었다. 구단의 입김이 강해진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KT의 통 큰 베팅은 KBO로서 천금 같은 기회다. 그만큼 신중하게 사용처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KBO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마야구 인프라 확충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KBO는 지난해 스포츠토토 수익금, KBOP 수익금 일부, 포스트시즌 수익금 일부, 야구발전기금 등을 합쳐 ‘베이스볼투머로우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향후 10년간 고등학교 20개 팀, 중학교 30개 팀 창단을 목표로 하고 있는 KBO의 종자돈으로 쓰인다.
이 펀드의 첫 설정 목표는 약 3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KT가 한꺼번에 200억 원을 내놨으니 펀드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 외에도 유소년 야구 지원, 야구 박물관 건립 등 KBO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도 고루 분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KT는 야구발전기금 외에 가입금과 가입예치금도 내야 한다. 가입금은 말 그대로 KBO의 신규회원이 되기 위한 회비다. 가입예치금은 매각 등 구단 운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거나 경기장 규모 등 KBO가 요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다. 5년간 아무 문제없이 구단을 운영하면 전액 돌려받는다. 가입금은 발전기금과 마찬가지로 한 달 안에, 가입예치금은 세 달 안에 납부를 마쳐야 한다.
액수를 정해놓은 것은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NC는 가입금 30억 원과 가입예치금 100억 원을 냈다. 그러나 KT는 경쟁을 통해 10구단의 주인공이 됐고 최근 프로야구 시장의 호황을 고려할 때 그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KT의 한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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