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의 함성’, 통신 라이벌 SK의 복잡한 속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1.12 07: 03

KT가 프로야구 10구단의 주인공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여기저기서 축하의 박수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박수를 치면서도 표정관리를 하는 이들이 있다. 여러 부분에서 KT와 얽힐 수밖에 없는 SK가 딱 그렇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르면 다음주중 10구단 창단 주체 선정을 놓고 총회를 연다. 총회가 KT를 찍은 평가위원회와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상 KT는 수원을 연고로 한 10구단의 운영 주체가 된 셈이다. 도장을 찍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형님’격인 기존 9개 구단들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승인이 확정되기 전인 까닭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10개 구단 체제가 바람직하다”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SK도 다를 것은 없다. SK의 한 관계자는 “KT든 부영이든 호불호는 없었다. 리그 규모가 커지면 다들 득이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이면의 복잡한 속내까지 숨길 수는 없다. 분명 편안하지는 않다.

SK가 KT를 껄끄러워 할 법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SK와 KT는 통신 라이벌이다. 통신 시장에서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자존심 싸움은 스포츠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프로농구 서울 SK와 부산 KT는 오랜 기간 ‘통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e스포츠에서도 SKT와 KT의 대결은 빅카드 중의 빅카드다. 이 전선이 프로스포츠 중 가장 큰 시장인 야구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신생구단인 KT는 시작부터 SK를 물고 늘어질 것이 확실하다.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동통신분야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KT로서는 3위 LG보다 1위 SK를 겨냥하는 것이 당연히 이득이다. 한편으로는 야구장 내 첨단 기술구현 등 장외 대결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일찌감치 ‘빅테크테인먼트’를 예고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SK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됐다.
두 번째는 지리적 근접성이다. SK는 인천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인천 연고 팀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관중’을 동원하기도 했다. 인천을 확보한 SK는 이제 경기도권으로 팬 베이스를 넓혀간다는 심산이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SK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이는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남부의 중심도시인 수원에 KT가 등장함으로써 역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KT는 경기 남부권 전체에 KT의 깃발을 꽂겠다는 심산이다. 그 경우 오히려 시장 규모가 인천보다 커진다. 오히려 일부 SK 팬들을 KT가 잠식하는 상황도 예상 가능하다. 또한 향후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연고권 문제도 잠재적인 불씨 중 하나다.
세 번째는 KT의 코칭스태프 선임 행보다. KT 측은 “아직 창단이 승인된 것이 아니다. 승인 후 창단 작업이 마무리되면 코칭스태프 선임을 논의하겠다”라며 앞서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몇몇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으는 인물은 역시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KT도 김 감독이 후보군에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신생팀이 빠르게 리그에 정착하려면 막대한 투자는 물론 이슈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창단 초기 부진한 성적은 어쩔 수 없더라도 세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척박한 땅을 일구는 능력이 탁월한 동시에 이슈 메이커이기도 한 김 감독은 KT의 유력한 선택이 될 법하다. 김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SK로서는 이마저도 까다로운 일이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인천연고 사상 첫 100만 관중을 돌파 당시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선수단.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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